오래전 기억이다. 취재 겸 모임에 참석한 날, 해산 죽비에 맞춰 재가출가 교도들이 합장하며 서로에게 전하는 끝인사가 유독 마음에 담겨졌다. '마음공부 잘 합시다.'

마음공부 하자는 인사를 낯설지 않게 들어왔음에도, 그 날 마음에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단어는 '하다'라는 동사 앞에 붙은 부사였다. 익숙하고 능란하게, 분명하고 확실하게, 때로는 편하고 순조롭게, 정도나 어떤 상황에 꼭 맞게, 마음공부도 '잘' 하자는 회원들의 인사는, 이후 나에게는 화두였고, 일상의 다짐이 됐다. 

공부하는 일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교단에 소속된 기관이나 단체에서 근무하는 재가직원인 경우, 특히 중앙총부 인근에서 근무하는 이점 중 하나는 공부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일터라는 점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중앙총부 재가출가 교도들이 모여 함께 교전을 봉독하고 설법을 듣는 전체 조회시간도 그렇고, 매일 아침 신문사 직원들이 모여 마음 모으는 입정과 설명기도, 법문 봉독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 것도 일 속에서 공부를 병행하는 시간이다.

원불교신문사는 매주 화요일 오후 집중적으로 공부시간을 할애한다. 한 줄 감사일기 속에는 직원들 간 주고받았던 고마운 마음이 표현된다. 일기노트 한 권이 다 채워진 지금은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은혜로 감사의 마음이 깊어졌다. 돌아가면서 법문을 봉독하고 묵상한 후 각자 감각감상을 전하는 시간도 진중하다. 법문을 받아들이는 느낌도 감동도 다르니, 교전 공부에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문답감정 시간, 동료의 깊은 속내에 때로 기뻐 같이 웃고, 때로 가슴 찡해 눈시울이 붉어진다. 업무 중에 쌓였던 상대에 대한 섭섭함도, 오해도 조금씩 녹아난다. 

고백하건대, 일도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교단 변화를 이끌 혁신과제를 키워드로 정책기사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이를 기반으로 매달 기획기사 작성에 기자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를 초청해 기자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도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마음공부 섹션지 또한 발행하고 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업무의 부담이나 어려움을 나누고 헤아리는 동료애가 공부시간에 자란다. 교단 대표 언론지로서의 위상과 품격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이렇게 일과 공부 속에서 함께한다.

우리는 모두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 일 따로 마음공부 따로가 아닌, 일이 곧 마음공부가 되는 보은의 일터에서 마음공부 잘 하는 내가 되리라. 이런 다짐으로 합장하며 끝인사를 전한다.

'마음공부 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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