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응준 교무] 성가14장은 정남정녀의 찬송에 관한 성가다. 정남정녀(貞男貞女)는 전무출신(專務出身)으로서 몸과 마음 전부를 교단에 바쳐 결혼하지 않고 생활하는 출가교역자를 말한다. 지금의 원불교를 만든 것은 이렇게 일생을 교단에 헌신하는 정남정녀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주변을 보면 여자교무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교화와 교단 일에 전무하고, 남자교무들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결혼을 선택하는 일들을 볼 수 있다. 사회적 시각으로 이를 평등과 불평등의 문제로 보기도 한다. 과거 사회 환경의 변화 따라, 원불교도 여러 변화를 시도하지만, 보수성향이 강한 종교에서 결혼을 하고 성직자가 된다는 점은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원불교에서 남녀성직자의 결혼을 법으로 금지하지는 않고, 시대와 상황을 따라서 적응과 변화를 한다는 점은 종교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는 여자교무는 정녀라는 인식이 당연시 되어왔지만, 오늘 성가를 통해 그 의미를 다시 새겨보면서 제도의 평등, 불평등의 문제보다는 더욱 고귀하고 성스러운 자기희생의 거룩함을 떠올리고 느껴보기를 기대해 본다.

예술도, 사업도, 그 어떤 세상의 일도 일생을 그것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에 의해 변화 발전해 왔다. 결혼이나 가정을 포기하고 오로지 일심으로 한 일에 노력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오늘날의 문명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만생령을 제도하고, 주세교단의 미래를 책임지는 상황에 정남정녀의 헌신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을 이 성가를 통해서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전무한 이들의 삶을 통해 볼 수 있는 공심과 열정을 현재 우리 각자의 삶에 가져올 수만 있어도 무슨 일이든 성공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정남정녀를 찬송하는 성가를 통해 자신의 삶에 더욱 거룩하고 숭고하게 다가가길 바란다. 순수하고 순결했던 그 변치 않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음을 느끼고, 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무슨 일에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전심전력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19년 7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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