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빗방물 전주곡'
생상스의 '수족관'
영화음악 '문리버'
창작국악 '돌아온 강'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장마철이다. 비가 계속 내린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귀찮은 것들이 많아져 싫었는데 언제 부터인가 비가 오면 좋다. 흐르는 빗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생명들이 새로운 기운을 얻고 다시 살아날 것 같기 때문이다. 

비가 올 때 땅이 물을 머금는 것을 바라보는 것, 초록 잎들 위로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 것, 그러면서 자연이 뿜어내는 향긋한 냄새를 맡는 것 등 비가 오는 순간만큼 감각이 살아나는 순간이 없다. 그리고 비가 그치면 천에 물이 불어나고 숲에선 오래도록 향기로운 수증기를 뿜어낸다. 물이 주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늘 병약했던 음악가 쇼팽은 그날도 병상에 누워있었다. 창문 밖으로는 오래도록 비가 내리고 있었고 쇼팽을 돌보던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는 약을 사러 갔으며 그는 혼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비는 멈추고 처마 끝의 빗방울이 똑똑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병중에도 그의 예술혼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아니 병약한 신체 속에서 그의 정신은 더욱 섬세하고 예민해져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선지에 음악을 그려나갔고 그렇게 '빗방울 전주곡'이라는 명곡이 탄생했다. 

'빗방울 전주곡'은 서정적인 선율위에 빗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를 묘사한 반주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아주 맑고 잔잔한 경쾌함이 있는 아름다운 곡이다.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무더운 여름에 감상하기 좋은 음악이다. 물 속을 유영하는 색이 고운 물고기와 그 물고기가 일으키는 물결 따라 춤을 추듯 움직이는 해초, 그 사이로 상상의 인물인 인어들이 나타날 것만 같은 음악이 있다.

프랑스의 모차르트라 불린 생상스의 대표곡 동물의 사육제 중 '수족관'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피아노 선율의 움직임이 신비로운 물 속 세상을 들려준다. 생상스 곡의 특징은 귀로 듣는 음악이 그 묘사력이 너무나 뛰어나 눈 앞에 장면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머리 속에 상상되는 장면을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음악을 함께 듣고 이야기 나누기에 참 좋은 곡이다. 

이번에는 수면으로 올라온다. 물이 고여 있는 위의 면인 수면은 많은 예술적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아무런 미동이 없는 잔잔한 수면, 솔바람에 일어나는 잔잔한 물결, 그 위에 떠서 움직이는 어떤 것에 따라 생겨나는 물길, 납작한 돌을 옆으로 던져 물위를 통통 튀게 만드는 놀이까지 익숙하면서도 신비로운 장면이다.

그 중에서도 물위에 아름다운 어떤 것이 똑같거나 조금 변형된 모습으로 비치는 모습은 가장 아름답다. 달이 환하게 뜬 밤 달이 강에 비친다. 그 달을 보며 한 아름다운 이가 부르는 노래가 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의 주제가이며 이 영화의 주연인 오드리헵번이 부른 '문리버(Moon River)이다. 영화에서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이 곡은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영화음악이다. 이 외에도 베토벤의 월광, 드뷔시의 달빛 등도 수면에 은은하게 비치는 달을 떠올리기 좋은 음악들이다. 달과 강의 조합은 시원함과 차분함 등으로 연결되며 많은 예술가들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도록 하였다. 

우리나라의 강 중 가장 순수함을 간직한 강이 있다면 동강일 것이다. 이 동강을 주제로 창작국악단 '슬기둥'이 만들고 연주한 음악이 있다. 제목은 '돌아온 강'이고 인간에 의해 오염된 강을 되살리자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 중 마지막 곡은 피리의 전주를 피아노가 이어받으며 악기들이 등장하고 자진모리장단으로 모든 악기의 합주가 이뤄지게 된다. 우리 국악기 중 가장 화통한 음색과 음량을 가진 피리의 연주가 물이 주는 희망의 이미지를 고취시킨다. 

물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은 너무나 많다. 그중 음악에 관해 소개하였는데 한번쯤 감상해보며 시원한 여름이 되면 좋겠다.

/강북교당

[2019년 7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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