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최초법어는 말 그대로 대종사가 대각을 이루고 최초로, 처음으로 내린 법어로서, 학문 준비와 삼학을 강조한 '수신의 요법', 그리고 생활에 도움을 주는 보편종교로서 매우 중요한 '제가의 요법', 사회가 갈등하는 원인이 강과 약의 대립에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 진화의 동력을 강자와 약자의 호혜적인 관계에서 찾는 '강자 약자의 진화상 요법'을 두고 있다.

이는 개인의 수행으로부터 그 개인의 집합체인 사회 진화에 이르기까지 단계적, 또는 동시적인 낙원 건설의 계획을 소박하게 담고 있는 법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머지 하나,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은 왜 최초법어에다 넣었을까. 수신과 제가, 강자 약자의 진화는 특정 부류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데 비해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은 '지도인'이라는 특정 부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면에서 특이하다.

그렇다면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은 앞의 세 가지 요법과 어떤 맥락으로 이어져 있는 것일까. 최초법어 뒤에 나오는 교리인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여기서는 '지도자'로 나온다)을 보면 '병든 사회'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도자'의 무지와 무성의를 진단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그 맥락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대종경〉 교의품 38장에도 '지도자'가 나온다. 종교와 정치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고 하며, 종교와 정치가 세상을 잘 운전하기로 하면 시대를 따라 부패하거나 폐단이 생기지 않게 할 것이요, 그 '지도자'가 인심의 정도를 맞추어서 적당하게 법을 쓰고 정사를 잘 해야 한다는 면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인도품 23장은 '책임 이행'과 관련하여 매우 잘 알려진 법문으로 모든 책임 가운데에는 모든 책임을 지배하는 '중추의 책임'이 있어서, 사람은 그 마음이 중추의 책임이 되고, 사회 국가는 모든 '지도자'가 그 중추의 책임이 된다고 하셨다.

〈정산종사법어〉공도편 56장을 보면 그 맥락을 좀 더 분명하게 짚어볼 수 있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 인생의 가치가 그 마음이 바르고 바르지 못한 데에 달려 있으며, 가정 사회 국가 또한 그 지도자들의 마음 여하로 흥망과 성쇠가 좌우되나니'라고 하였으니,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대의를 실현할 중추의 책임이 결국 지도자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최초법어에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을 넣은 이유라고 본다. 예나 지금이나 미래에나 '지도인'의 역할은 '흥망과 성쇠'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 지도인의 수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도 받는 사람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신용을 잃지 않으며, 사리를 취하지 않고, 일을 당할 때마다 지행을 대조한다면 그를 '지도인'이라 할 것인데, 이는 곧 지도인이 그 자질을 제대로 갖추어야 참 지도인이 됨을 아울러 경계한 것이다.

공도편 56장 법문은 이렇게 이어진다. '교단의 지도자들은 반드시 정심에 입각하여 모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여야 자신들도 신망을 잃지 않을 것이요, 대중이 미로에 방황함이 없이 참다운 수행과 공덕을 쌓아서 이 회상이 무궁하게 흥왕하리라.'

/원경고등학교

[2019년 7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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