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지 못하고 엄벙덤벙 살았구나'
느끼고 알아차리는 순간이 곧 깨어 있는 것

[원불교신문=오덕진 교무] 구전심수(口傳心授)란 입으로 전하여 주고 마음으로 가르친다는 뜻으로, 일상생활을 통하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배도록 가르침을 이르는 말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구전심수의 정법 아래 사람 사람이 대도를 체험하고 깨치게 하도록, 간단한 교리와 편리한 방법을 내놓으셨고 이를 훈련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셨습니다. 간단한 교리와 편리한 방법인 〈정전〉을 생활 속에서 응용한 후 지도인에게 일일이 문답할 때 법맥(法脈) 신맥(信脈) 법선(法線)을 올바로 연할 수 있습니다. 

▷공부인: '늘 깨어 있으라'는 말이 부담스럽습니다. 늘 깨어 있고 싶지만 깨어 있지 않고 그냥 흘려버린 내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실망합니다. 

▶지도인: '깨어 있지 못하고 엄벙덤벙 살았구나'하고 느끼는 순간 깨어 있는 것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自性)의 정(定)을 세우자'고 하셨습니다. 자성은 '스스로의 성품' 즉 우리의 마음을 말합니다. 자성의 정이라고 하면 대개 '고요할 정(靜)'을 떠올리는데 '정할 정(定)'입니다.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마음이 요란한 가운데에도 중심이 잡히는 거죠. 요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요란하다 요란하지 않다하는 분별이 없는 자리에서 요란해진 마음 작용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마음이 정(定)해지면 주위 상황이 보이고 상대의 마음이 이해되어지는 지혜【 자성의 혜(慧)】가 나오고, 그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자성의 계(戒)】. 그러면 건의할 자리에서는 소신을 강하게 말할 수도 있고, 말을 아껴야 할 자리에서는 말을 아끼고, 혼자 있어야 할 때는 혼자 있고, 여럿이 어울려야 할 때는 여럿이 어울리고, 때에 맞게 마음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마음의 자유를 얻게 됩니다. 

자성의 정, 혜, 계는 원래 나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기르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따라 잠깐 넘어진 것을 바로바로 세우기만 하면 됩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미래에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서 세우기만 하면 됩니다. 과거에 나는 이랬으니까 어려울 거라고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에 어떻게 될 거라고 막연하게 꿈꾸는 것도 아닙니다. 

▷공부인: 이미 내 안에 있다는 말이 참 좋네요. 따로 만들 것도 없고, 그냥 세우기만 하면 되니까요.

▶지도인: 저는 '망념이 침노하면 다만 망념인 줄만 알아두면 망념이 스스로 없어지나니 절대로 그것을 성가시게 여기지 말며 낙망하지 말라'는 법문을 참 좋아합니다. (〈정전〉 제3수행편 제4장 좌선법)

▷공부인: 망념과 싸울 것이 없다는 얘기네요. '망념이 왜 생겼을까?',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할까?' 생각하며 괴로워할 것 없이 '망념이 일어났구나' 하고 바라보라는 거군요.
'깨어 있지 못하고 엄벙덤벙 살았구나'하고 느끼는 순간 깨어 있는 것이라는 말씀도 같은 뜻이군요. '내가 왜 깨어 있지 못했을까?', '깨어 있지 못해서 실망스럽다' 생각하며 괴로워할 것 없이 '깨어 있지 못했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만 하면 되는 거네요. 하지만 너무 쉬워서 믿음이 가지 않아요. 힘써서 하는 것이 아니니까 공부 같지 않아요.

▶지도인: 마음공부는 힘써서 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자성의 정, 혜, 계는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경계마다 다만 마음을 챙기기만 하면 됩니다. 대산종사께서는 "생활 속에서 한 마음을 끊임없이 챙기는 공부"를 말씀하시고, "한 마음을 챙기면 한없는 광명의 길, 진급의 길, 은혜의 길로 나아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대산종사법어〉 교리편 69장). 이 공부는 남자든 여자든, 나이 든 사람이든 어린 사람이든, 선한 사람이든 악한 사람이든, 직위가 높든 낮든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말 쉬운 공부법입니다. 하지만 경계마다 공부할 때가 돌아왔다는 것을 잊지 않고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마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교화훈련부

[2019년 7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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