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앞세운 일본 상업포경
많은 국가로부터 비난받고 있듯
개식용 전통 주장도 되돌아봐야

[원불교신문=채일연 교도] 여름철이면 개식용과 관련된 논쟁이 반복되고는 한다. 올해도 초복인 12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동물보호단체와 대한육견협회가 각각 개식용금지와 개식용합법화를 외치며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랜 세월 타협점 없이 논쟁이 지속되다보니 정치권이든 정부든 개식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언제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대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꺼려할 정도다. 

그러나 개식용 문제는 단순히 개를 먹느냐, 먹지 않느냐의 문제를 넘어 우리사회의 동물보호 논의에 있어 언제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에 개식용에 찬성하거나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개식용 문제에 흔히 던져지는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하고자 한다.

왜 개만 못 먹게 하나
개식용 문제가 거론될 때면 언제나 가장 먼저 또 많이 던져지는 질문과 비난이 바로 "왜 개만 못 먹게나 하나?" 혹은 "소, 돼지, 닭은 먹어도 되는 거냐?"라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질문의 전제는 사실상 잘못 됐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많은 동물들을 식용 목적을 포함해 임의로 잡거나 죽이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식용으로 허용하고 있는 동물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개체수가 적어서, 혹은 지능이 높아서, 또는 야생에서 살고 있어서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개식용 금지에 대한 주장과 생각 역시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지만 많은 동물단체들이 주장하는 바는 개가 사랑스러우니 '개만 먹지 말자'가 아니라 동물의 생명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개도' 인간에 의한 고통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이다.

개식용은 전통문화다
개식용이 한반도에서 상당히 오래 세월 이어져 왔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로부터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언제나 옳거나 정당성을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일본은 지난 6월 30일부로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했으며, 7월 1일부터 상업포경을 재개해 밍크고래 등을 포획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에서도 비난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일본정부는 '고래고기는 일본의 전통 식품'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의 상업포경이 많은 국가들로부터 비난받는 것은 그들의 전통문화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오늘날 국제사회의 윤리규범에 반하기 때문이다. 개식용 역시 우리사회의 문화와 윤리적 기준의 변화에 따라 심판대 위에 세워진 상황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포함해 위생적으로 키우고 도축하는 것이 개를 위한 길이다.
또 혹자는 개식용을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것보다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포함시켜 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육하고, 정해진 시설에서 도축하는 것이 개들에게도 이롭고, 이를 섭취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포함된 동물들이 위생적 환경에서 사육되고, 고통 없이 도축된다는 것 자체가 환상에 불과하며, 농장동물이 처한 잔혹한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 보여진다. 대표적으로 돼지와 닭은 스톨과 배터리 케이지 사육이 일반화 되어 있으며, 평생을 작은 움직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 좁은 공간에 구겨 넣어져 키워지고 있다. '개'만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도록 규율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와 같은 질문과 답 역시 개식용 논쟁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짧은 글로는 위의 질문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글을 쓰는 이유는 개식용 문제를 소위 '개빠'들의 극성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건강하게 우리사회에서 논의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사회의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과 수준이 향상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여의도교당

[2019년 7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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