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교사

 [원불교신문=김명진 교사]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신학기 교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가 생각이 난다. 아직 중학생 티를 벗어내지 못한 32개의 작은 원석들이 두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새 학기를 시작했고 시간은 화살처럼 휙 날아갔다. 그러다 문득 내다본 창 밖에는 나뭇가지가 뜨거운 햇살 아래 푸른 옷을 입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3월에는 분명 외로웠던 것 같은데, 어느덧 7월이 되어 이제 나뭇가지는 푸른 친구들이 많아졌다. 달력에서 빨간 날이 언제인가, 17일은 언제인지만 바라보고 사는 나에게 나뭇가지는 자신이 여기 있음을 초록빛 춤사위로 알려주고 있다. 

나뭇가지가 초록색 옷을 갈아입은 것처럼, 아이들도 옷을 갈아입었고, 어느덧 의젓한 고등학생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혹 내게 부족함이 있지는 않는가?"하는 의문을 가짐과 동시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수많은 문이 있다고 한다. 인생이란 문을 하나하나 열어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그 문을 열어주는 열쇠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사전적인 의미로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라 나와 있는 이 말은 무척이나 무거운 말이다. "이 아이는 왜 이러나?", "이 부모님은 왜 이렇게 말을 할까?"처럼 나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읽어보는 문구가 있다. 쇼펜하우어는 "어떤 야비한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고민하지 마라. 단지 아는 것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라. 즉 인간성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자료라고 생각하라. 이상한 광물 표본 하나를 우연히 발견한 광물학자의 태도를 닮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 달리하면 이해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우리는 혼자서 끌어안고 끙끙 앓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런 태도에서 나자신을 돌아보며 학생들을 볼 때가 있다. "나는 학창시절에 저러지 않았는데, 저건 뭐지?"대신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처럼, "아 저런 학생도 있구나, 내가 교사로서 새로운 아이를 또 만나게 되었구나", "내가 이렇게 또 한 가지를 배우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렇게 관점을 달리하니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많은 경계들이 해소되고 심지에 요란함이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모습에서 아이들에게 더 다가가고 내가 변화되는 모습을 본다.

내가 학창시절 교사의 진로를 선택한 데에는 은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은사들도 지금의 나처럼 책임감이라는 열쇠로 내 인생의 문을 열어줬고, 그 덕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꿈을 키워가던 공간에서 은사들과 때로는 동료교사로 때로는 제자로서 가르침을 받으며 책임감 가진 광물학자가 되려고 수행중이다. 

교사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큰 방향을 제시해주는 중책임을 알기에, 올바른 방향을 아이들이 견지할 수 있도록 항상 긴장하고 노력하며 생활해야겠다. 나와 다름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시선에서 이해하려 할 때,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 믿는다. 

/원광고등학교

[2019년 7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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