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종사는 국내에 비교적 아담한 규모의 훈련원을 짓고도 그 이름 앞에 '국제'라는 말을 썼다. 제주도의 제주 국제훈련원과 충청도 삼동원 국제훈련원이 그렇다. 최근에 지은 영광 국제마음훈련원도 이런 전통을 잇고 있다. 그에 앞서 정산종사는 '한울안 한이치에 한집안 한권속이 한일터 한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라는 삼동윤리로 도덕으로 한집안 되는 세상을 꿈꿨다. 소태산 대종사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일원주의를 핵심으로 한 그의 교법과 사상은 출발점 자체가 원대했다. '광대하고 원만한 종교'를 지향했다.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새로운 종교와 참 문명을 건설하고자 했다. 그 교두보로 원불교를 열었다. 원불교는 그 탄생부터 요즘 말로 글로벌했던 셈이다. 가난한 한국에서도 더 가난하고 궁벽한 곳에서 탄생했지만 그 알맹이와 지향점은 명백히 세계적이었다. 

원기92년(2007년) 대지 매입으로 촉진되기 시작한 미주총부건설 추진이 이제 관련 법규의 제정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미주의 실무자들과 교정원의 실무자들이 미국 현지에서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하고 있다. 새로운 미주교령이 부임하면 실무 작업의 속도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세계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좀 더 일찍 추진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크지만 이만한 결실도 다행하고 감사한 일이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 개척의 의지만으로 헌신해온 현지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지금이 최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주 총부 건설의 일은 역대 종법사의 경륜을 오롯이 잇고자 하는 현 전산종법사의 뜻에 따라 원만히 잘 진행되리라 믿는다. 다만 몇 가지 점들은 논의 초기부터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국, 미주에 한국을 옮겨 심지 말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원불교는 현재 한국의 원불교일 뿐이다. 현재 한국의 원불교를 무의식적으로 온전한 원불교라고 생각하고 이 원불교를 미주에 이식한다는 생각은 폐쇄적이고 경직된 관점이라 하겠다. 현재의 원불교가 소중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원불교의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수천 년 내려온 한국 문화에 물든 원불교를 전혀 다른 문화적 토양에 이식한다는 것은 소태산의 경륜과도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100여 년의 역사를 통해서 검증된 한국 원불교의 좋은 점을 살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새로운 원불교를 설계하는 이 시점에선 오히려 핵심 교법만을 중심에 두고 나머지는 미주의 손에 맡기는 것이 맞지 않을까. 좀 늦더라도 '자치'에 기초하여 진행하는 것이 현지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소태산은 제도와 방편의 변화에 관대했다. 소(小)자리로 보았고 그래서 늘 혁신해야 하는 대상으로 파악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인식이 원불교 탄생의 배경이기도 하다. 교법의 정체성만 튼튼하면 된다. 미주에는 미주의 원불교가 꽃을 피우면 된다. 설레는 마음으로 개화를 준비하자.

[2019년 8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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