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많은 갈등과 불협화음으로 여러 문제 산적해 있어
최근 교단에서도 다양한 갈등 양상 보이지만 중재 노력 부족
100년 전 대종사가 세상을 물들였던 방식을 철저히 탐구해야

[원불교신문=정도연 교무] 바람과 태양은 항상 갈등 상태였다. 날마다 누가 더 힘이 센지로 언쟁이 붙었고, 사사건건 모든 자연들이 만나는 미팅에서 서로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싸웠다. 어느 날, 둘은 언쟁 끝에 길을 지나가던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더 빨리 벗기느냐로 강한 자를 정하기로 했다. 결국 차고 강한 바람 보다는 따뜻한 태양이 나그네의 옷을 벗겼고 승리했다. 

바람은 어린 왕자에게 이렇게 푸념했다. "태양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태양에게 졌어, 나는 아무짝에나 쓸모없는 녀석이야." 어린왕자는 "내가 방금 그 나그네를 보고 왔는데, 엄청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고 걸어가고 있어. 난 네가 태양보다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 그것은 아마도 태양과는 전혀 다른 일이겠지?" 라고 말했다.  그 말에 바람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다시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는 나그네에게 시원한 바람이 되어 주었다. 이 내용은 퓨전 이솝우화 <바람과 태양, 그리고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갈등 관리를 위한 소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화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관점은 갈등 해결에 있어 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개 사람들은 갈등상황에서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와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문제를 판단하고, 내가 가진 '답'이 최선의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의 답은 주로 내가 이기고 상대가 지는 답이다. 

어떤 갈등상황에서도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똑같은 갈등이라도 그 갈등의 당사자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집단인가,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 그 해결은 달라질 수 있다. 정해진 답의 틀을 깨고, 고정관념과 편견을 벗어나 새로운 각도에서 갈등을 바라보고, 창의적인 대안을 낼 때 더욱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이 이야기는 시사하고 있다. 

현대인에게 갈등은 어쩌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이다. 우리는 흔히 갈등이 '조화를 깨는 파괴적인 것'으로 인식하지만,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억제하고, 부인하고, 회피할 때 파괴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어떤 불만이나 요구가 드러나지 않고, 쟁점이 무시된다면 마치 조그만 뾰루지가 종기가 되어 곪아 터지는 것처럼 갈등이 점점 자라 매우 부정적으로, 심지어 폭력적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갈등을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발전과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물질적 정신적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많은 갈등과 불협화음으로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갈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사회통합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최근 교단의 경우도 다양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간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중재, 조정하고자 하는 노력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갈등조정기구', 혹은 '갈등조정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갈등을 극복하는 원불교적인 방식은 무엇일까? 대종사의 갈등해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100년 전 대종사가 세상을 물들였던 방식을 철저히 탐구하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 이 세상을 오직 은혜로 바라본 대종사는 어떠한 상대와도 대화를 했고, 어떤 상대와도 다투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과 함께하며 사람의 문제를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대종사는 '갈등과 경계'를 대할 때마다 '처처불상 사사불공해라'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 '인간은 자리이타로 살아야 한다' '네가 곧 부처임을 알라' '사람은 능선능악하여 무궁무진한 변화의 가능성을갖고 있다' 는 답안을 내놓았다.   

대종사의 통찰, 대종사의 방식은 그때도 옳았고, 지금도 역시 옳다. 아니 어쩌면 세상이 개방되고 하나로 연결된 지금이야말로 대종사의 실험을 제대로 입증할 좋은 기회인지 모른다.

/전북청소년상담복지센터

[2019년 8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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