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이루려 할 때 불신·탐욕·나·우 나오기 마련
당황하지 않고 그 마음을 신·분·의·성으로써 제거하는 공부만

[원불교신문=오덕진 교무] 지도인은 공부인이 자신을 일원상의 진리인 대소유무의 이치로 원만하게 보도록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그래서 감정과 해오는 공부인이 지도인에게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얻는' 것입니다. 또한 공부인의 질문에 지도인의 진리적 해석이 더 선명해집니다. 지도인과 공부인은 마음을 공부하며 영생을 함께 걷는 도반입니다.

▷공부인: 박사 논문의 마지막 과정인 논문 발표만 남았는데 자꾸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독일에 가서 마지막 단계만 넘으면 되는데 포기하고 싶습니다.

▶지도인: 자신이 잘해낼 것이라는 걸 믿지 못하고 있군요.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이런 마음에 '불신(不信)'이라고 이름 붙이셨습니다. '불신이라 함은 신의 반대로 믿지 아니함을 이름이니,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결정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라.'(〈정전〉 제2 교의편 제5장 팔조 제2절 사연사조) 자신이 논문 발표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논문 발표를 반드시 해야 겠다는 결정을 얻지 못하는 거죠.

▷공부인: 물론 저도 잘할 수 있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해봤죠. 정말 절실하거든요. 하지만 할 수 있다는 마인드 컨트롤로는 저 자신을 설득할 수 없었어요.

▶지도인: 소태산 대종사께서 말씀하신 믿음은 '잘 할 수 있다'는 무조건적인 믿음이나 절대자에게 모두 맡기는 맹목적인 믿음이 아닙니다. 여기서 믿음은 일원상의 진리, 진리 당체를 믿는 겁니다. 일원상의 진리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공부인의 마음은 '대소 유무에 분별이 없는 자리'입니다. 논문 발표를 잘할 수 있다,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별이 없는 자리입니다. 동시에 ○○공부인의 마음은 '공적 영지의 광명을 따라 대소 유무에 분별이 나타'납니다. 아무런 분별이 없다가도 불현듯 논문 발표를 못할 것 같다는 분별이 나타납니다.

대조하기 편하게 일상수행의 요법에 대입해보면, ○○공부인의 심지는 원래 논문 발표를 잘할 수 있다, 못하겠다는 분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어느 때는 논문 발표를 잘할 수 있다는 분별이 나타나기도 하고, 어느 때는 논문 발표를 못 할 것 같다는 분별이 나타납니다. ○○공부인은 원래 자신의 실력을 못 믿는 사람이 아니라 경계를 따라 자신의 실력을 못 믿는 마음이 나온 겁니다. 

▷공부인: 그럼, 제가 원래 논문 발표를 잘 해내리라는 것을 못 믿는 사람도 아니고, 제가 원래 논문 발표를 못할 사람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네요. '불신'도 경계를 따라 나오는 마음의 작용이라는 것을 믿으니, 그 마음에 속지 않게 되니까 논문 발표를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이 정해집니다.

▶지도인: 지금 그 마음이 소태산 대종사께서 말씀하신 '신(信)'입니다. '신이라 함은 믿음을 이름이니,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이니라.'(〈정전〉 제2 교의편 제5장 팔조 제1절 진행사조) ○○공부인도 불신하는 마음 작용을 진리의 작용으로 믿는 '신(信)' 공부로, 논문 발표를 해야겠다고 마음이 정해지는 원동력을 얻었네요.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인 신 공부를 했으니, 어떻게 할지 방법도 찾아질 겁니다. 

서진교 씨는 20대에 한국에서 가발공장에 다니다가 미국에 이민 가서, 65세에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분이 "When you know 'what', 'how' will show up"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할까?'의 방법은 나온다는 거죠. 

'불신'도 논문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나오는 지극히 정상적인 마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만사를 이루려 할 때' 내야 하는(進行) 마음인 신·분·의·성만 말씀하지 않고, 버려야 하는(捨捐) 마음인 불신·탐욕·나(懶)·우(愚)도 밝혀주셨습니다. "무슨 일을 이루려고 하면 반드시 불신과 탐욕과 나와 우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당황하지 말고 그 마음을 막연한 다짐과 욕심이 아닌 신·분·의·성으로써 제거하는 공부를 하라"고 당부하신 거죠.

/교화훈련부

[2019년 8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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