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윤관명 교무] 2007년 1월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티브 잡스는 청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기기를 꺼낸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휴대폰을 새로 발명했습니다"라고 외친다. 컴퓨터, MP3, 카메라 기능을 갖춘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이폰은 10년간 전 세계에 13억대가 팔렸고, 지금까지 8000억달러(약909조7600억원)의 매출로 역사상 가장 성공한 전자제품'이라 했다.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소비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 애플 직원의 직관을 더 신뢰한다. 그래서 그들이 돈을 많이 받는 것이다." 소비자의 말을 들을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분히 경청하되,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 즉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찰력은 관찰과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인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혁신에는 늘 비판과 우려가 따르기 마련이다. 애플은 아이폰7을 출시하면서 이어폰 단자를 없애 버렸다. 새로운 CEO 팀국은 '선없는 아이폰'으로 혁신한다고 밝혔지만 소비자와 언론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판매저조를 전망했다. 그러나 판매는 기록을 갱신했고, 블루투스 스피커와 이어폰은 대세가 됐다.

소태산 대종사는 1916년 대각후 미신타파와 허례폐지, 차별제도폐지로 정신계몽운동을 이끌었다. 특히 초기교서 <육대요령>에는 '남녀권리동일'을 사은신앙의 실천조건으로 명시했다. 그리하여 여성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 교단은 많은 여성교역자를 배출하게 되었고 한국의 4대 종교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후 '남녀권리동일'은 '자력양성'으로 진화되었는데 백낙청 교수는 저서 〈문명의 대전환과 후천개벽〉에서 이렇게 말한다. "근대적 이념으로서의 양성평등은 웅거의 '얄팍한 평등'에 가깝다. 그러나 원불교의 자력양성은 임파워먼트(empowerment), 곧 힘을 지닌 주체 만들기이다.", "든든한 종교관, 진리관에 바탕했으며, 자타력 병진과 지자본위의 실천적 방법론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100년 전 대종사와 초기교단에 대한 평가이다.  

지난 7월9일 임시수위단회에서 '정남정녀 규정'을 개정했다. 이 내용의 핵심은 20년 가까이 여성교역자에게만 강요됐던 '정녀지원서' 의무조항 폐지다. 긍정적인 결정에 환영하는 바지만 그 과정을 생각하면 교법정신과 부합하지 않는 관습을 깨는 일이 쉽지 않음을 절감하게 된다. 사회의 불합리를 개혁하던 교단의 개혁정신이 사라지고 시대 흐름에 떠밀려 마지못해 변화해서는 안된다. 교단은 100년의 짧은 역사속에서 어려운 시기를 잘 넘어왔다.

2세기를 맞는 원불교는 새로운 시대와 세대를 위한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개벽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여기서 교단이 실천해야 할 우선과제 세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 다음 세대가 원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찾는 일이며, 둘째, 교단 안에서부터 비합리적인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성원을 신뢰하고 합의를 이끄는 리더쉽이다.

/동창원교당

[2019년 8월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