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최정윤 교무] 누구나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고 싶은 마음에 선택하는 것이 있다. 반복되는 일상과 이별하고 내면의 자신과 새로운 만남을 갖게 하는 소중한 선물! 그동안 묶여있던 나를 놓고 좀 더 편안하게 나를 쉬게 하는 최상의 선물! 그것이 바로 여행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서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옆으로 혹은 뒤로 가는 발걸음을 체험하게 된다. 그 속에서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세상들이 각자의 눈을 통해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하게 작용하여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하게 되고 그 속에서 무한한 감사심이 생겨 마음까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해짐을 느끼게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마르셀 프루트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작품이란 현실의 정직한 거울이 아니라 만화경처럼 생을 확산시키거나 망원경처럼 멀리있는 한 점을 확대하기도 하면서 현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여행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게 하는 보배로운 가치를 더해준다. 사람의 마음은 경계를 따라 참으로 묘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비록 매번 동일하게 반복되어지는 일이지만 내가 그 일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그 일의 성과도 달라지는 것을 종종 확인하게 된다. 

정산종사는 우리의 성품은 원래 청정하나, 경계를 따라 그 성품에서 순하게 발하면 선이 되고 거슬려 발하면 악이 되나니 이것이 선악의 분기점이라고 법문한다. 모든 경계에서 한 마음이 일어날 때 공사(公私)와 정사(正邪)를 대조하여 그 마음의 시작부터 공변되고 바르게 해야함을 강조한다.

우리 속담에 '바늘 구멍으로 황소 바람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이는 추운 겨울철에 문이나 벽의 바늘구멍 같이 작은 구멍에서도 찬바람이 무척 세게 들어온다는 말이다. 비록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강한 가르침이 담긴 격언이다. 이와같이 사람의 마음도 마음 한 구석에 삿된 마음이 들어 오기만 하면 바로 본원에 반조하여 바른 마음으로 돌려야 후일에 후회 없는 인생이 되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대산종사는 배가 풍랑을 만났을 때 사람을 많이 실은 배는 전복하기 쉬우나 짐을 많이 실은 배는 전복할 염려가 크지 않다고 법문한다. 짐은 움직임이 없으나 사람은 요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어떤 풍랑에도 흔들리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여야한다.

만일 이 도량에 살면서 알뜰한 공부가 없이 억지로 체면에 끌리어 시일만 보내면 이 생은 혹 그대로 지낼지 모르나 다음 생에는 자연히 회상을 등지고 타락하게 되며, 공가에서 짓는 죄는 사가에서 짓는 죄보다 훨씬 더 중한 보응을 받게 되는 것이니 크게 각성하여 영원한 길에 유감이 없도록 살라한 정산종사의 유촉 법문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공부인이 경계를 당하여 본원에 반조하는 한 마음이 곧 부처와 가까와지는 마음임을 알아 우리는 오직 도만을 생각하고 부처만을 부러워하는 알뜰한 공부인이 되어야겠다.

/원광보건대학

[2019년 8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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