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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선 교무의 현대문명과 〈정전〉 116. 법위등급의 현대적 의미
원익선 교무의 현대문명과 〈정전〉 116. 법위등급의 현대적 의미
  • 원익선 교무
  • 승인 2019.08.08
  • 호수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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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원불교신문=원익선 교무] 법위등급은 대산종사가 "개교의 동기를 구현하기 위한 인격의 표준이며, 일원 세계를 건설하는 설계도이자 교리를 실천하는 이정표요, 여래위까지 올라가는 안내도이자 천여래 만보살을 배출할 교본"(〈대산종사법어〉 제5법위편 2장)이라고 설하는 것처럼, 부처의 삶을 지향하는 우리 자신을 매 순간 점검해야할 거울이자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불지를 향한 에너지인 모든 서원, 신앙, 수행, 공덕은 여기에 귀결된다.

일찍이 여러 경전에서도 이 법위가 보살도(=부처가 되는 길)로써 제시됐다. 대승불교에서는 대표적으로 52위(<영락본업경>)가 잘 알려져 활용되고 있다. 즉 십신심(十信心)→십심주(十心住)→십행심(十行心)→십회향심(十廻向心)→십지심(十地心)→등각(等覺)→묘각(妙覺)의 과정이다. 십지심까지는 각각 10개의 위가 있다. 묘각은 모든 번뇌를 끊고 원만한 부처의 인품을 갖춘 자리로서 일체중생을 교화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이 외에도 간단하게 4위, 5위, 7위, 40위 등 다양한 수행 위계를 정하기도 한다. 

〈정전〉의 법위 6등급은 이러한 여러 수행 사다리의 핵심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예들 들어, 보통급·특신급·법마상전급의 3급에는 각각  10개의 계문이 있고, 법강항마위·출가위·대각여래위의 3성위에는 심계(心戒)가 주어진다. 불교의 발달과정에서 보는 것처럼, 초기불교의 계문은 후대에 이르면, 계의 근본정신을 지키되 열고 닫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보조스님의 〈초심학입문〉에 나오듯이 이를 지범개차(持犯開遮)라고 한다. 법위등급 또한 성위(聖位)에 이르러서는 이웃을 구제하기 위한 방편을 자유자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강자에게 좇기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사용했다면, 비록 거짓말이라는 계를 어긴 것이지만 거짓말이 하나의 구제방편이 된 것이다. 이처럼 3성위에서는 다양한 구제의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 또한 대승의 정신이다.

법위는 한 마디로 범부에서 성인(聖人)에 이르는 과정이다. 오늘날 교육은 이러한 성인이 되는 과정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과거 인류의 역사는 비록 차별이 심한 사회이기는 했지만, 한편에서는 성인이 되는 것이 삶의 최종 목표이기도 했다. 어떤 형태로든 마음을 계발(啓發)하고, 그 마음을 잘 씀으로써 완전하고 원만한 인격을 갖추는 길이 모든 학문과 정치의 길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어떻게 보다는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가 삶의 중심이 되고 말았다. 경세제민(經世濟民), 즉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는 위민(爲民)과 구민(救民)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법위등급은 정신세계가 물질세계를 따라가는 이러한 자본주의적 삶을 성찰하게 한다.

이처럼 법위등급은 마음공부의 단계만이 아니라, 세계에 정신의 풍요를 제공하는 인류의 지남침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에서 볼 때, 움직이는 모든 별들의 중심이 북극성인 것처럼 법위등급은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우리에게 참되고 복된 삶의 방식을 제공하는 정신의 북극성이다. 내성외왕(內聖外王, 안으로 성인을 이루고 밖으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것), 성통공완(性通功完, 도를 통해 깨달음을 이루는 것), 성불제중, 제생의세를 향한 대도를 가장 일목요연하게 밝힌 것이 바로 법위등급이다.

/원광대학교

[2019년 8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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