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忿)은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권면하고 촉진하는 원동력
과히 취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탐욕을 돌리면 분심

[원불교신문=오덕진 교무] 지도인은 공부인이 자신을 일원상의 진리인 대소 유무의 이치로 원만하게 보도록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그래서 감정과 해오는 공부인이 지도인에게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얻는' 것입니다. 또한 공부인의 질문에 지도인의 진리적 해석이 더 선명해집니다. 지도인과 공부인은 마음을 공부하며 영생을 함께 걷는 도반입니다.

▷공부인: 동료 A가 최근에 아파트 평수를 늘려 이사했습니다. B는 승진했고요.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인데 말로는 축하했지만, 배가 몹시 아픕니다. 이런 제가 탐욕이 가득한 사람 같아 죄책감이 밀려옵니다.
▶지도인: 왜 배가 아플까요?

▷공부인: 저도 경제적으로 풍족했으면 좋겠고, 직장에서 인정받고 싶어서인 것 같아요. 
▶지도인: 그 마음을 잘 보셨네요. 아파트 평수를 늘려 이사 갔다는 얘기, 승진했다는 얘기를 듣기 전에는 마음이 어땠나요?

▷공부인: '배가 아프다', '내가 탐욕이 가득한 사람이다' 하는 생각조차 없었죠.
▶지도인: 맞습니다. ○○공부인이 원래 남 잘되면 배가 아픈 사람도, 원래 탐욕이 가득한 사람도 아니에요. 동료가 아파트 평수를 늘려 이사했다는 얘기를 듣는 경계를 따라, 승진했다는 소식을 듣는 경계를 따라 나도 경제적으로 더 풍족하고 싶고, 직장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난 거죠. '배가 아프다'는 표현을 '아주 많이 부러웠다'로 바꿔 보면 어떨까요.

▷공부인: 그러네요. 두 사람이 아주 많이 부러운 거였네요. 묘하게도 '내가 아주 많이 부러웠구나!'하고 제 마음을 읽어주니 큰일이 아닌 것 같아요. 죄책감으로 괴로웠는데. 
▶지도인: 부러움은 남의 좋은 일이나 물건을 보고 그런 일을 이루거나 그런 물건을 가졌으면 하고 바라는, 살아있는 묘한 마음의 성질이고 마음의 작용이에요. 부러움은 소태산 대종사께서 밝혀주신 진행사조(進行四條) 중 '분(忿)'과 비슷합니다. '분이라 함은 용장한 전진심을 이름이니,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권면하고 촉진하는 원동력이니라.'(〈정전〉 제2 교의편 제5장 팔조 제1절 진행사조) 

분의 한자는 '성낼 분(忿)'입니다. "남들 다 하는데, 내가 왜 못해!"하며 분해서 열심히 하는 거죠. 분한 마음은 용장한 전진심, 즉 용감하고 굳세게 앞으로 밀고 나가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분발심은 모든 일을 이루려 할 때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 격려하고(권면), 다그쳐 빨리 나아가게 하는(촉진) 원동력입니다. 

▷공부인: 제가 느끼는 부러움은 경제 활동을 잘하고자 하는,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원동력이 되겠군요.
▶지도인: 그렇죠.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고자 하더라도 상도(常道), 즉 항상 변하지 않는 떳떳한 도리를 벗어나 과히 취하면 탐욕이 되기 때문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탐욕이라 함은 모든 일을 상도에 벗어나서 과히 취함을 이름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정전〉 제2 교의편 제5장 팔조 제2절 사연사조)

▷공부인: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권면하고 촉진하는 원동력을 얻었다고 무척 좋아했는데, 탐욕이 될 수 있다고 주의하라고 하시니 다시 두려워지네요. 분과 탐욕은 어떻게 다른가요?
▶지도인: 탐욕이란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대로 '상도를 벗어나 과히 취함'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며 과히 취한다면 스스로 알 수 있습니다. 정산종사께서는 이를 '스스로 자기를 일깨워주는 양심 스승'이라고 하셨습니다.(〈정산종사법어〉 제9 무본편 53장) 경제적 안정, 사회적 인정 등도 그것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추구한다면 인과적으로 볼 때 나에게 좋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탐욕이 일어날 때 그것이 탐욕인 줄 알고 탐욕으로 공부해서 마음의 자유를 얻으면 됩니다.

'내 심지에는 원래는 탐욕 있다, 없다하는 분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탐욕이 있어졌구나' 알아차리고, 상도에서 벗어나서 과히 취하지 않도록 주의하면 됩니다. 탐욕을 돌리면 분입니다.

/교화훈련부

[2019년 8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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