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서양준 교무] 최근 종교교사 연수를 하게 됐다. 종교교사란 각 종립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종교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보통은 종교별 성직자가 맡아 임하고 있는데, 이런 교사들이 모여 함께 자격연수를 듣다보니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일관된다. 합격 점수가 정해져 있어서 일정 점수를 넘겨야 하는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공립학교 선생님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 위해 필기를 몰아주고 배웠던 내용을 서로 공유한다.

마치 원불교학과에 입학해서 예비 교무들과 함께 공부하던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그 때에도 시험 점수가 아닌 서로의 역량을 키워주는 데에 집중하고 상호 배려하고 보듬어주는 분위기가 있었다. 심지어 시험 기간에는 무감독 체계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문화를 경험하면서 참다운 공부 문화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던 순간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연수였다.

또한 각기 다른 종교의 성직자들이 모이다보니 다른 종교는 학교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 번씩 전무출신 훈련을 할 때면 각자 다른 임지의 사정과 역경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얼마나 마음을 챙기며 살아가는지 알 수 있듯, 전혀 다른 종교를 가진 성직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가 참 좁은 우물 속에서 세상을 관찰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각자의 희생과 노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물론 대략적인 것들은 지식으로 이미 알고 있기에 그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타인의 삶을 어찌 몇 줄의 글과 몇 개의 소식으로 전부 이해할 수 있을까. 각자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적이고 그 삶의 양식은 어떤 모습으로든지 가치 있는 법. 누군가의 삶을 지식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는 것은 욕심이고 자만일 것이다. 타인의 삶은 같은 가치인 나의 삶으로써 맞이해야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상(相)으로 보고 편견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이 든다.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시내를 걷고 있었는데 도서관을 개장한다는 현수막을 발견하게 됐다. 그런데 도서관을 개장하는 장소에 가보니 번듯한 건물이 있는 게 아니라, 천막에 '사람 도서관(Human Library)'이라고 적혀있는 게 전부였다. 책 대신 사람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도서목록에는 사회 각층의 사람들이 적혀 있었고 그들을 빌리면 일정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 목록에는 사회의 저명한 사람부터 소외받는 장애인, 거지까지 다양한 범주의 사람들이 적혀 있었다. 흥미로운 마음에 참가하게 됐고 그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와서 무슨 강연이나 연설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내게 다가온 사람은 그저 동네 주민처럼 날씨를 묻고 먹었던 점심이 무엇이었는지 잡담을 나누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느새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을 수 있었다. 그야 말로 편견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연수를 하며 또 다시 나의 상을 발견한다. 함께 하는 신부, 수녀, 법사, 목사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세상을 확인하는 요즘이다.

/원광여자중학교

[2019년 8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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