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태우 교도] 지난 7월20일, 대산종사 종교연합운동 제창 49주년 기념행사가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의 관심 속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걸어온 원불교 종교연합운동의 발자취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100년을 향한 종교연합운동 방향과 실천과제에 대해 참여자들 간의 생각을 교류하는 장이 됐다. 무엇보다 종교연합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교단 내 여러 기관 및 단체들의 대표 또는 실무자들이 함께 한 것과 종교연합운동에 관심이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의 참여는 교단 2세기의 종교연합운동의 미래를 밝게 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사실 하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추진해 오던 종교연합운동이 곧 세계 도처에서 전개되고 있는 평화운동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세계평화운동의 핵심 아젠다는 세계시민의식과 지속가능개발인데,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이미 반백 년 전부터 삼동윤리 사상과 공동시장 개척이란 화두로 추진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사회에서의 종교연합운동은 원불교의 세계화와 교법의 대중화를 위해 우리의 언어인 종교연합운동이란 표현보다 세계인의 언어인 평화운동이란 말로 공식화하는 것이 교단 2세기의 종교연합운동의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원불교는 그 동안 한국 사회에의 크고 작은 다양한 사회 이슈들에 참여해 오면서 정신개벽을 통한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 건설과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다. 종교연합운동에서부터 시민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원불교의 평화운동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갔고 또 그렇게 기억되어져 왔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원불교의 평화운동은 교단 내에서 출가와 재가가 함께 사업을 도모하듯 원불교인과 시민들이 함께 평화운동에 참여하며 종교평화운동과 시민사회운동 간의 경계를 넘나들어 왔다. 그야말로 원불교 평화운동은 원불교 가치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 그 자체였다는 생각이 든다.

대산종사가 세계평화를 위한 종교연합운동의 화두를 꺼내든 시기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간의 대립이 매우 첨예한 냉전 시대로 언제 어디서든 세계대전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긴장감이 팽배한 시대였다. 세계가 둘로 쪼개져 인류의 미래가 불확실 할 때, 대산종사는 종교인들부터 하나 된 마음으로 평화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조했고, 이와 같은 목소리는  시대적으로 매우 필요했기 때문에 세계 종교인들의 마음속에 울림을 줄 수 있었다. 그런데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세계는 다시 한 번 과거의 냉랭했던 시대로 회귀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평화활동가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신냉전시대를 맞이하여 원불교가 새로운 시대를 이끌 종교 또는 영적 스승으로서 종교인을 넘어 세계인 마음속에 울림을 줄 수 있는 시대적 목소리와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평화운동의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본다.

원불교의 평화운동의 참모습은 무엇일까? 내년에 개최될 대산종사 종교연합운동 제창 5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한 교인으로서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 질문이다. 평화운동은 일반적으로 매우 이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실제로 평화운동은 현실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이다. 오히려 평화운동에서 이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는 정치적인 행동들이 많다. 자신의 것을 옳다고 생각하고 그것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평화운동이 결코 아니다.

평화운동은 이해 관계자들 간의 이해충돌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때문에 대체로 이해 관계자들에게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되고 또 신뢰를 쌓기 때문에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행동들은 피아를 구분해 자기이익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의 귀로는 과거로 회귀하거나 현재를 답보할 뿐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이어나가자면, 원불교의 평화운동은 앞으로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대산종사의 삼대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산종사는 평화운동의 방법론으로 심전계발을 제시했고, 그것은 정신개벽 사상에서 출발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마음공부를 통해 얼마나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원불교 평화운동은 마음공부의 사회화에서 그 해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한강교당·원광대 국제교류과 초빙교수

[2019년 8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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