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단체장 전국 순회하며 의지 모은 순교 정신 가장 큰 동력
교법으로 가정에서 가례 행하는 진정한 의식교화 시대 도래

[원불교신문=박중훈 교무] 원불교 100년! 지금은 기도의 전성시대인 듯하다. 기도문화가 확산된 배경에 '교단 100주년을 향한 10년 대정진기도'가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법무실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이었다. 재가교도들이 중심이 돼 기도를 결제한다 하여 좌산종법사를 모시고 영모전 광장으로 나간 적이 있었다. 당시 2006년 4월27일, 개교 100주년을 10년 앞두고 봉공회·여성회·청운회·청년회 등 재가 4개 단체의 발의와 참여로 '개교 100주년을 향한 대정진 10년 기도'가 시작된 것이다. 당시 좌산종법사는 "재가단체들이 힘을 모아 개교 100년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10년 기도를 시작한 것에 대해 기쁘기 한량없다"고 말씀했다.

기도를 결제했다고 해서 해제일이 계절 바뀌듯 자연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10년이란 시간이 매우 길다 하나 국내 13개 교구를 순회하며 전 교도가 함께한다는 계획으로 보면 어렵지 1년에  한 차례 돌아오는 교구별 순회 기도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도가 시작되고 나니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이 기도가 재가단체의 자발적 기도이니 교도들이 중심이 되어서 해야 한다', '이것은 교단적 기도이니 출가교도가 합력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은 다름 아닌 교도의 조직력 때문이었다. 4개 단체의 중심부는 대정진기도에 대한 신념이 굳건하고 이에 따른 의지와 동력이 충분했다. 

하지만 교구로 내려가고, 다시 지구와 교당에 이르러서는 그 동력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4개 단체의 조직력이 중앙에서 교구까지는 튼튼하였으나, 지구와 교당까지 연결되는 세근은 촘촘하게 짜여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지구와 교당까지를 강한 동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문제의식이 이 점에 미치자, 바로 각 교당의 교무들이 교도를 챙겨서 부족함을 매워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됐다. 

그렇지만 이런 논란은 해를 거듭하면서 줄어들어 갔다. 왜냐하면 재가단체들의 조직력이 강화되고 교도들이 변화됐으며 특히 지역마다 이 기도의 성공을 위해 서원을 세운 단체장들이 생겨났고, 교무들도 서로 합력하여 불사를 성공시키자는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하여 4개 단체장들이 매월 기도 이관식 일에 전국을 순회하며 교도와 교무들을 만나 설득하고 활기를 불어넣었으니 몇몇 분들의 순교자적인 자세가 가장 큰 동력이 됐다. 후일에 '원불교100년성업 대정진기도'로 명명된 이 기도는 3,654일이라는 10년의 시간 동안 신앙의 눈덩이를 굴리며 단단하고 크게 뭉쳐져서 놀라운 변화와 많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나는 이 기도가 원불교 교도의 신앙 수행 문화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였다고 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신앙 수행에 대한 '교도의 자력양성'이다. 

이전까지의 교도들의 모습은 의식진행에 있어서 교례는 논외로 하더라도, 가례 부분에 있어서까지 거의 교무가 주례하고 교도는 참여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 원불교 2세기를 시작한 지금은 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2018년 4월 7일,    4개 단체의 주관으로 소태산 대종사와 구인선진이 나툰 법인성사 100주년 기도를 결제했다. 중앙단체의 결의만으로도 저 아래 지구와 교당까지 물 흐르듯이 그러면서도 질서 있게 진행돼 왔다. 

정읍교당만 보더라도 교당 자체적으로 교도들이 중심이 되어 '법인성사 100주년 교화단별 릴레이 100일기도'를 진행해 지난 16일 해제식을 가졌다.

이것은 놀라운 변화이다. 교무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던 기도의식을 이제 교도들이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로소 원불교 교법으로 각 가정에서 가례를 행할 수 있는 진정한 의식교화의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생각한다. 교도들이 각 가정에서 조석심고를 올리고, 생일기도를 올리고, 열반기념제를 지내며, 때를 따라 정진 참회의식을 갖는다면, 이야말로 의식교화의 완성된 모습이며 가족교화는 그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정읍교당

[2019년 8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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