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서양준 교무] 이번 여름 청소년 희망캠프가 열려 전국의 청소년들이 다 함께 모여 즐거운 자리를 만들었다. 그 자리에 힘을 보태고자 원광여자중학교에서도 캠프 참가 희망자들을 교당으로 연계하여 교당 법회로 인계하는 등 여러 가지 준비를 했는데, 아쉽게도 나는 종교교사 연수 일정 관계로 함께 참석하지는 못했다.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으로 연수에 임하는 중, 급하게 연락을 받게 됐다. 희망캠프에서 강의 2시간을 맡아줄 수 있느냐는 이야기였다. 클래스팅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각처에서 활동하는 교무님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강의를 부탁한다는 것이다. 토요일 저녁 시간에 강의가 있어서 연수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는 했지만, 연수를 받으면서 강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인가 걱정이 먼저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해야 하는가 안 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차에, 원불교 교립학교에서 활동하는 교무의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교화의 다양성 측면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수락하게 됐다.

그래서 내건 타이틀은 '공부 잘하는 법'이었다. 제목은 그럴싸했지만, 결국 원창학원에서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하는 이야기를 준비했다. 새롭게 뭔가를 마련하기보단 있는 그대로의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준비하게 됐다. 결국 클래스팅이 시작됐고, 공부 잘하는 법이라는 타이틀이 무서워서 많이 오지 않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많은 학생이 참석했다.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너는 무슨 공부를 하고 싶어서 왔니?" 어떤 학생은 수학이라고 하고, 어떤 학생은 영어, 또 다른 학생은 흥미롭게도 마음공부라고도 했다. 그때부터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이 말하는 모든 공부가 사실 나의 주제였다. <원불교 대사전>에 나오는 공부의 의미를 인용하자면, 성취할 공(功)과 도울 부(扶)의 글자가 축약되어 현재의 공부가 됐으며, 그 공부의 의미가 동양 3국이 각기 달랐다. 일본과 중국, 한국이 공부를 중시하는 문화권이면서도 공부를 대하는 단어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중 공부(功夫)를 중국 발음으로 읽으면 쿵푸가 되는데, 쿵푸를 배우는 것과 공부를 하는 것이 흥미롭게도 닮은 점이 많았다. 특히 원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공부와 쿵푸는 더욱 비슷한 점이 많은데,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닦아 나가는 과정이 공부라는 관점에서는 아예 같은 의미로도 보인다.

예전에 '쿵푸팬더'라는 영화가 있었다. 전혀 무술과 어울리지 않는 팬더가 쿵푸를 배우게 되는 내용이었는데, 조금씩 자신감을 얻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과정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팬더가 쿵푸를 배워가는 과정이 바로 내가 말하고 싶은 공부였다. 자신의 의지를 세우고 조금씩 노력하고 훈련하는 과정이 모두 공부이며, 우리의 삶도 모두 이와 같은 공부가 아닐까?

영어·수학을 잘하고자 하는 이들도 결국 팬더가 쿵푸를 하듯 조금씩 훈련하는 것이 공부이고 그것이 내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기에 이날 '공부 잘하는 법'이라는 주제 아래에 모여있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진급의 길을 함께 발견할 수 있었기를 기원해본다.

/원광여자중학교

[2019년 8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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