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얼마 전 채식주의자이며 동물권 활동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이 신촌의 무한리필 고깃집에 들어가 방해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영업하는 식당에서 과한 행동이다', '채식을 강요하는 것 또한 폭력이다',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등 다양한 여론이 제기됐다.

기자는 한때 채식을 했었다. 처음 출가서원을 세울 당시 '수행자는 마땅히 채식을 해야한다'는 신념을 가진 지인의 영향으로 출가를 하면 채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육식은 간접 살생의 업을 짓는 것이고, 또한 영과 육을 탁하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출가를 한 환경에서도 채식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았다. 예비교무시절 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면 소고기, 돼지고기 등 고기 공양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계문에 연고없이 사육을 먹지 말라 했는데, 한창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사육을 공양하다니….' 그러한 문화가 잘 납득되지 않았다. 예비교무들이 고기파티를 했다는 내용이 학교 소식지에 실린 것을 보며, 외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부끄럽기도 했다. 

채식을 하는 동안 '고기를 먹어야 안 아프다'는 등 주변의 만류가 잦았다. 3년 정도는 고집스럽게 채식을 고수했지만, 주변에 불편함을 유발하고 혼자만 유난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씩 채식의 벽을 허물어 가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럽지만 빨리 성불해야겠다는 수행상의 욕심에서 실천한 채식이었지 생명 존중이나 지구 환경에 대한 배려가 중심에 있었던 채식은 아니었다. 

초기불교에서는 육식을 금하지 않았다. 유목문화에 따른 육식전통이 유지되고 있던 당시 인도에서 탁발을 하는 승려들에게 육식이 허용됐고, 이는 남방불교로 이어졌다. 한편, 기원 전후 대승불교 성립 당시 인도의 주류는 농경을 기반으로 하는 채식문화로 바뀌어 있었고, 불살생이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강조되며 육식을 금지하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우리 계문에서는 '연고없이 사육(四肉)을 먹지 말며'라고 했다. '사육'으로 한정하고, '연고없이'를 두어 극단적 채식주의를 지향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육식에 대해 너무 당연시하고 관대한 교단의 문화를 한 번쯤 재고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육식으로 인한 환경문제 혹은 동물보호 등 다양한 관점에서 채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대종사가 계문을 내어 준 근본정신을 되새겨 보고, 육식 혹은 채식을 했을 때 그것이 미치는 개인적·사회적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먹는가도 수행의 연장 선상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2019년 8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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