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지난 8월14일은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이었다. 그리고 1400차 수요 집회가 열렸다. 1991년 8월14일 광복절 전날 김학순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최초로 자신의 피해사실을 증언한다.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이 사실을 몰랐던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고 다른 피해자 할머니들도 용기를 내게 됐으며 국제사회에도 진실을 알리게 됐다.

그리고 민간에서 주도하여 위안부 기림의 날을 기념해 오다 2017년 법안이 통과되면서 공식적인 국가 기념일이 됐다. 광복절 전날이면서 최초의 증언이 있었던 8월14일이 이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희생자를 기리는 국가기념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된 것이다. 마침 이날은 수요일이었고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평화 집회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무더운 날씨 였지만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인 2만 명이 모였고 외국인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학생들도 참여해 '내가 증인이다' 라고 외치시는 할머니를 응원했다. 

'꽃 할머니'라는 그림책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13살의 어린 나이에 끌려가 말로 다 못할 끔찍한 이야기를 따뜻한 그림과 문체로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권윤덕 작가가 그림책으로 탄생시켰다. 이 책은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시리즈로 세 나라의 작가와 출판 기획자가 모여 많은 이야기와 의견을 나누어 만들어져 더욱 뜻깊은 책이다. 나도 잘 모르던 책이었는데 12살인 딸이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고 나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그리고 사회 수업시간에 위안부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발표했다고 하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도 도심 한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이 몇 해 전 세워졌다. 그 때 기회가 되어 건립비 마련에 동참할 수 있었는데 소녀상 옆에 건립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 비석을 세워주었는데 우리가족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 얼마 전 딸아이와 함께 이 곳을 우연히 지나게 되었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잠시 발을 멈추고 소녀상 옆에 앉아 보고 비석에서 이름을 찾게 해주었다. 딸아이는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미국에서 위안부 문제를 실제로 증언한 이용수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다시 보고 최근에 개봉한 영화 '김복동'을 관람할 계획을 친구들과 세우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그리기로 소녀상을 그려와 액자에 넣어 거실 벽에 걸어줬다. 이 과정에서 슬퍼하고 분노하고 우리나라의 역사에 호기심을 가지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한 적은 없다.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텔레비전에 나와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피해자의 진실과 일제의 만행을 증언해 줬다. 그것이 작은 불씨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해줬고 국제 사회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적극적인 사람들은 이 문제를 더욱 알리고 사과를 받아 내기 위해 집회를 시작했다. 많은 작가들은 소설로 음악으로 그리고 영화로 이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살려 작품을 탄생시키고 이 작품을 접한 사람들은 가슴으로 머리로 느끼고 생각하며 우리 역사의 비극을 잊지 않고 함께 행동할 수 있게 해준다. 

아직도 제대로 된 진정성 있는 사과 한 번 받지 못한 채 세월은 흘러 이제 생존하신 할머니들께서 몇 분 계시지 않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길 바라며 나 역시 함께 해야겠다. 

/강북교당

[2019년 8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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