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와 재가지도자 양성
열린 토론으로 같은 방향을 향해 매진해야 할 때

이규철 교도

[원불교신문=이규철 교도] 나이 40이 넘어선 올해, 법회에 참석할 때마다 교단의 위기와 교화의 압박을 부쩍 더 느낀다. 봉공과 교화의 일꾼이던 선배들은 이미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고 난 아직도 대각개교절 재롱잔치를 도맡아야 하는 막내 금둥이다. 이런 상황은 전국 교당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원불교만 탈종교화 영향을 받는 문제가 아니란 점에 스스로 위안 삼지만 단지 규모와 형세로 다른 교회에 비교 평가받지 않는다고 해서 이대로가 좋은 것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규모 있는 교당에서는 일반교도의 고령화 위기의식에 3040 교화를 강조하고 이들 장년층 교화를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꺼져가는 교화의 불을 다시 밝히기 위한 그 해답은 3040 교화에 앞서 무엇보다도 어린이, 학생 교화에 있다. 여가시간을 주말에 종교를 찾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린이, 학생 교화의 정상화가 필수적이다. 현대인들의 종교는 이제는 본인과 가족의 기복이 아닌 바른 가르침과 마음의 안정을 얻고 건강한 사회 활동을 배우고 실천하는 창구로 거듭나고 있다.

그런데 원불교는 짧은 역사의 종교라고 하지만 교당을 들여다보면 다가가기 어렵고 현장의 어린이 법회, 학생 법회는 어렵게 명맥만 유지하거나 유명무실화되어 버린 지 오래다. 어린이, 학생 교화가 들이는 노력 대비 성과나 결과는 늦고 작아 보이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더는 늦추거나 드러나지 않는 성과라고 가볍게 치부할 일이 절대 아니다. 바른 어린이, 건강한 청소년 교화가 자리 잡히고 이것이 교도 자녀의 바른 심성으로 세상에서 커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어떤 교도 부모가 자녀들에게 마음의 주인이 되는 공부보다 주말에 학원 보충 수업이나 방과 후 수업을 강요하겠는가.

유소년 교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대화 대중화에 맞는 콘텐츠 개발과 지도인을 양성해야 한다. 지금은 어느 곳이든 손안에 작은 화면으로 모든 영상을 통해 세계 모든 소식을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분명 개별적으로 고군분투하면서 교화 콘텐츠 개발에 힘쓰는 분들이 있지만 교단적으로 힘을 모아 함께 개발해 나아간다면 홍보 차원을 떠나 교화 교육에도 역할을 담당 것으로 기대된다. 콘텐츠 개발과 더불어 어린이 학생 교화를 위한 전문화된 재가교도 양성이 필요하다.

출가교도가 교당의 모든 살림과 운영을 할 수 없듯이, 지역, 세대 교화에 대한 전략과 운영에 역량 있는 재가 교도를 활용하고 양성해야 한다. 아무리 교도가 귀하다지만 떠받들어 키운 자식 효자 없다고 교화의 성취감 없이 교도 개인의 성불과 현상 유지에 안도하기보다는 사회에서 역할을 하는 재가교도들을 찾아 교단의 적재적소에 투입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천할 행동가로 착실히 기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나의 유년기 어린이 법회나 훈련에는 항상 '꿈밭' 삼촌 누나가 있었고 이 선배들은 어린이들의 우상이자 성장 멘토였다. 또한 학생회 교구 활동에는 연합 훈련·법회·예술제가 학생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 기획됐고 자유도가 있는 자치 활동과 원불교 테두리 안에 신심과 봉공의 생각을 키울 수 있었다.

문제에 대한 인식은 이미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만 진척이 없는 거라면 혹시 내부에서 책임 관계자들의 임기에 따른 정책변화 그리고 단시간에 이루려는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장기적 밑그림 없이 단발성 이벤트만으로 교화의 척도로 삼으려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의견이 정체되어 있다면 세대와 조직, 지역을 초월한 열린 토론과 장기적인 목표 수립 그리고 끈기 있는 추진만이 난관을 돌파할 방법이다. 종교라는 조직은 아무리 젊어도 유연할 수 없다고 한다. 스승님이 그려준 '결실과 결복'을 곧 떨어질 감나무의 감처럼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이제 말이 아닌 행동할 때다.

/서울교당

[2019년 8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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