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한국의 '근대'를 다시 묻는다

기조발표에서 김상준 교수가 '동학동민혁명과 두 근대의 충돌'이란 주제로 내장근대의 동학혁명을 고찰했다.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개벽과 근대에 대한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 한일 공동학술대회를 열어 지난 1세기 한반도의 근대역사를 되짚어보며 현대사회가 진정한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했다. 15일 광복절을 맞아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진행한 '한국의 근대를 다시 묻는다'는 주제의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연구세미나로 근대역사에 왜곡된 과거를 통찰하며, 서구주도의 근대를 벗어나 자주적이고 자생적이며 보편적인 우리의 주체적 근대의 길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기조발표에서는 김상준 경희대학교 교수가 '동학농민혁명과 두 근대의 출동', 기타지마 기신 욧카이치대학교 명예교수가 '토착적 근대화의 지구적 전개'를 발표했고, 주제발표에서는 안효성 대전대학교 교수가 '동학의 근대성-생명평화사상을 중심으로', 조성환·허남진 원광대학교 교수가 '번역의 근대에서 창조의 근대로-개벽파의 개념창조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김상준 교수는 두 개의 근대, 즉 동아시아 근대와 유럽의 근대를 비교해, 안으로 확장하는 동아시아의 내장(內張)근대와 밖으로 팽창하는 유럽의 팽창근대를 설명했다. 식민지화를 수반하는 서구의 팽창형 근대적 성장과는 달리 안으로 확장하는 동아시아 내장근대의 특징을 강조하며 한반도내장근대를 보여준 동학혁명을 고찰한 것이다. 그는 "갑오 농민혁명기의 민관공치와 집강소 강령은 패권적 근대, 서구주도 근대 너머의 비전을 품고 있었다. 패권적·독점적이지 않았던 국가와 사회경제의 비전이었다"며 "민관공치를 통해 주권의 소재와 행사가 민관 공유적이며 국제 평화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소시민 중심의 민생경제를 민관공치를 통해 실현시킬 수 있다는 전망을 열어줬고, 새로운 문명적 가능성과 전망은 후기근대의 오늘 이 시대에 오히려 적실한 것이 됐다"고 갑오 농민혁명의 문명사적 의의를 정리했다. 

기타지마 명예교수는 토착문화에 뿌리를 두고 그를 축으로 해 현실사회의 과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방향성의 토착적 근대화를 아프리카의 문학과 사상으로 설명했다. 기타지마 교수는 "서구 근대와 일체화된 강권적 식민지 지배에 저항하는 싸움은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비유럽 지역에서 지구적 규모로 동시적 민중운동으로 일어났다. 토착문화의 핵심은 상호관계성, 자타동일성, 비폭력 평화, 우애, 생명, 존중을 가능하게 하는 영성의 작용에 있다"며 "이러한 운동은 영성을 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화'와는 다른 '개벽'을 지향한다. 이러한 토착적 근대화 운동이야말로 서구형 근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근대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효성 대전대 교수는 "동학이 서양근대가 갖는 개척 특성과 가치 장점을 상당 공유하면서도 서양 근대에 내포된 편협함과 폭력성, 반평화적 성격은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점에서 서양 근대의 한계에 봉착해 새 문명의 가치를 모색하고 있는 세계인들에게 본원적 생명가치에 근간해 적극적 평화를 구현하는 상생문명, 평화문명의 얼개를 짤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며 동학의 한국적 토착근대의 가치근거와 정당성을 강조했다.

조성환·허남진 원광대 교수는 최시형의 기화적 우주론과 이돈화의 한울 개념 등을 설명하며 "우리가 근대화 과정에서 얼마나 주체적으로 전통사상을 해석하고 서양 근대를 수용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창조적인 철학 개념들이 탄생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개벽파의 개념연구 작업이 중요한 이유를 말했으며, "최한기와 이돈화의 기화 개념의 분석, 최한기의 기학과 동학적 기학의 비교 등은 앞으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들이다"고 언급했다. 

[2019년 8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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