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성헌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가 국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으로 얼룩진 이 지역과 농수산물이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모든 진실을 숨기려 했던 일본 정부의 속내가 한일 무역전쟁으로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은 쓰나미가 아니었다는 도쿄 전력의 내부 고발자의 등장이다. 원자력 도심 전문가인 기무라 도시오는 쓰나미가 닥치기 전 발생한 내부 지진으로 인해 이미 원전 사고가 발생했었고, 이러한 사고를 감추기 위해 망가진 원전시설을 방치한 결과,  결국 쓰나미가 결정타가 돼 폭발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원자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다'는 명제를 지켜내기 위해 투명하지 않게 운영한 결과 이 같은 참상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일본 원전사고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는 가운데 지난 5월10일 발생한 영광 한빛1호기 열출력 급증사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사고는 한빛 원전 주제어실에서 제어봉을 제어하는 실험에서 인출값 계산을 잘못한 담당자의 실수로 열출력이 급상승해 자칫 체르노빌 원전폭발, 후쿠시마 원전폭발과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질뻔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지만 모두 운전미숙의 인재로 결론내렸다.

이번 긴급좌담에서는 김신우 원불교환경연대 탈핵정보연구소 소장(이하 김), 오종원 영광교구 사무국장(이하 오)이 영광 한빛원전 문제점에 대해 진단했다.

한빛1호기 열출력 급증사고는 무엇인가
김= 한국은 원자로 가동을 시작하면 18개월 운행하고 45~60일간 보수 점검을 하는데, 정기 보수점검을 끝내고 재가동에 들어가려다 제어에 실패해 발생한 일이다. 핵분열 에너지로 물을 끊여 전기를 얻게 되는데, 핵분열을 적절히 제어 못하면 후쿠시마 원전처럼 폭발하고 만다. 제어봉은 '원전의 브레이크'에 해당하는데 핵연료를 분열시키는 중성자를 적절히 흡수해가며 출력을 조절한다.

언론에서는 인출값을 잘못 계산했다고 하는데 제어봉 자체의 고장인가
김= 원자로 상황에 따라 제어봉을 얼마나 노심에 넣고 빼느냐가 관건이다. 그 계산을 잘못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제어봉 자체가 고착돼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자동차로 말하면 운전 조작이 미숙한데다가 브레이크까지 고장난 상태인 것이다. 브레이크 고장은 능숙한 운전자도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운전미숙으로만 몰아가고 있다.

오= 관계 기관에서는 사건사고를 되도록 은폐하려 하지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제어봉 조작실수가 무자격자라는 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방식이 가장 편할 것이다. 관련 몇 사람에게 책임추궁하면 끝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나 원자력안전기술원도 같은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제대로 납득할만한 원인을 밝혀주지 않았었다.

김= 한빛원전 사건사고가 있은 후 한참 지나고 나서 내부고발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당시 발표된 것이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핵마피아들은 중대사고 확률을 100만분의 1이라면서 안전하다고만 한다. 그런데 한빛4호기 증기발생기에 망치머리가 떠다니는 것도 감추었다. 격납건물에 각각 3호기 98개, 4호기 102개 구멍이 발견됐지만 한수원은 은폐·방치하고 규제 감독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묵인했다.

김신우 원불교환경연대 탈핵정보연구소 소장

사건직후 한빛1호기 무기한 정지를 한다고 들었다. 이후 어떻게 됐나
김= 사건 직후에는 무기한 정지라 발표했다. 그런데 얼마 전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사고방지 대책으로 CCTV를 많이 설치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데 마치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처럼 엉뚱한 대책발표를 한 것이다.

오= 영광지역 원전 근무자들은 CCTV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김= 원전의 중앙제어실은 기본적으로 자동화 시스템이다. 근무자들은 대부분 자동으로 운전되는 시스템의 온갖 계측기만 감시하는 역할이다.

오= CCTV 하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운영자, 관리자, 감독관, 기술관 이 모든 사람들이 철저하게 원전 운영 자체를 위험으로 알고 안전 우선의 소명의식으로 역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지 못하면 이러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방사능 오염도 사진을 보면 일본 열도 대부분 빨간색이다
김= 전쟁을 제외하고 국민 전체가 피난가야 할 재난은 핵사고 밖에 없다. 일본은 그나마 동서로 길쭉한 국토라서 양극단은 방사능 오염이 덜하다. 우리나라는 핵사고 한번 발생하면 피난 갈 곳 자체가 없다.

오= 체르노빌 사건은 3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살 수 없는 곳이다. 영광에 핵사고가 발생하면 한빛원전 중심으로 일단 30㎞ 반경은 고방사능구역으로 살 수 없는 땅이 된다. 체르노빌은 반경 300㎞를 봉쇄했다. 교단의 근원성지 뿐 아니라 영광이란 고향 자체가 사라진다. 일본 핵전문가들도 영광 원전을 보고 놀라더라. 6기 모두 이렇게 가까운 곳에 배치돼 있어 후쿠시마처럼 1기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6개 모두 연쇄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김= 특히 영광은 우리나라 특성상 서쪽에서 동쪽으로 해서풍이 불기에 방사능 낙진이 전국에 다 퍼질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전라도의 광활한 곡창지대가 방사능으로 오염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 제품을 해외에서 더 이상 구매하지도 않게돼 경제 자체도 완전히 망가지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남한 전체가 끝장난다고 봐야 한다.

오=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했을 때 구소련 정부는 이를 은폐했다. 그런데 독일에서 민간인들이 알 수 없는 코피와 복통을 호소해 이를 추적하다보니 체르노빌 사고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소련에서 일어난 원전사고가 독일 국민까지 피해를 입힐 정도인데 이 작은 나라에서 어디로 피할 것인가.

김= 우리가 나라의 운명까지 걸어가면서 핵발전소 운영을 용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핵발전소를 가동할때는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선동하며 우민 정책을 쓴다. 그러나 핵사고가 발생하면 기민(棄民) 정책을 쓴다. 국민을 버린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대응을 보라. 일본도 원전처럼 안전하고 깨끗한 것은 없다고 해놓고, 핵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나니 감당을 할 수 없어 안전하다며 고향에 돌려보내고 있지 않는가. 핵사고는 국민의 목숨을 버리게 할 수 밖에 없다. 핵마피아 집단의 이권 때문에 핵발전소가 돌아가고 있다.

오= 무엇보다 출가 교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영광군청에서 한빛원자력발전소까지 22㎞를 매주 월요일마다 생명평화탈핵순례를 7년간 펼쳐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한빛1호기 열출력 급증사고와 원전측의 부실한 대응이 재발했다. 그때부터 영광군청 앞에서 매주 평일 아침마다 1인 피켓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기까지 출가교화단 교무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영광 원전 6기 모두 조기 폐쇄시키는 게 목표다.

영광이 다른 곳보다 사건사고가 잦은 이유는
오= 우선 한빛원전 3·4호기는 부실 공사로 얼룩진 대표적인 사례다. 영광군민 10만명이 동원돼 노태우 정권때 완공됐는데, 당시 최초 한국형 원전시설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모두 묵인됐다. 이제야 당시 부실시공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한빛원전 4호기 격납벽을 확대조사해보니 157㎝ 공극이 발견됐다. 격납건물 두께가 168㎝인 점을 감안하면 공극이 아니라 동굴수준이다. 지난 2년간 민관합동조사 결과 한빛3·4호기 구멍이 190여개에 달한다. 공극 발생원인은 콘크리트 다짐불량으로 부실공사에서 비롯됐고, 처음 시공 자체부터 문제가 있었다. 5호기도 굉장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암으로 이뤄진 불안정한 지층 위에 5호기가 지어진 것이다. 포항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는데, 영광에서 이러한 지진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간다.

김= 한국원전의 기록된 고장과 사고가 750여 건이다. 이 중 174건이 영광에서 발생했다. 원전사고 중 노동자 실수 비율은 평균 18%인데 영광한빛 경우는 26%로 특이하게 높은데다, 최근 사고 10건 중 한빛에서만 6건이나 차지한다. 영광이 특별히 위험하다는 수치다. 징후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있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유사한 작은 사고와 사전 징후가 선행한다는 경험 법칙이다. 경미한 사고 29번 이후, 또는 같은 원인으로 사고가 일어날 뻔한 잠재적 사고 300번 이후에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는 1:29:300 비율이다. 천운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오종원 영광교구 사무국장

탈원전 공약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영광원전에 대한 정부 대응에 변함은 없는 것인가
오= 물론 문 정부가 의지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핵관련 시설, 안전위 등 핵마피아 집단은 그대로다. 이들 자체가 바뀌거나 도덕성, 책임감으로 무장되지 않는 한 변화는 요원하다.

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탈원전 공약을 내걸었지만 무색해진 공약이 많다. 탈원전으로 나가려면 계획잡힌 원전을 취소하는 것은 물론 현재 건설중인 원전까지 짓지 말아야 한다. 지금 정책대로라면 2082년이 되어야 발전소 문을 닫게 된다.

오= 원래 노후돼 폐쇄해야 할 부산 고리 1호기만 영구정지한 상태다. 때문에 영광 원전의 조기 폐쇄는 매우 큰 상징성이 돼 향후 핵발전소 정책 방향에 상당한 변화를 줄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서 사활을 걸고 해야 한다. 이것은 사명감을 가진 종교인들이 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같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탈핵순례 등으로 원전의 위험을 끊임없이 알려왔다
오= 원불교 탈핵 역사는 열반한 과산 김현 교무로부터 시작됐다. 1989년에 한빛원전 3,4호기가 영광에 지어질 때 활동을 시작했고, 1996년 김성근 교무가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7년 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고 나서 그때부터 생명평화탈핵순례가 진행됐다. 그 당시 구동명·김선명·오광선·강해윤 교무 등 선배들이 문로를 열었다. 지난 19일 352차 순례까지 이어오고 있다.
환경연대에서는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

김= 환경연대에서는 정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마다 탈핵학교를 열고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고, 왜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기념일에 맞춰 탈핵 행사 및 퍼레이드도 하고 있다. 또 종교환경회의를 통해 5대 종단 환경모임에서 매월 1회 짧은 퍼포먼스를 준비해 종단별로 피켓 행진을 하며 서울길 탈핵순례도 2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가서 항의방문, 기자회견, 항의집회를 계속하고 있고, 2달 전부터는 조선일보 앞에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1인 피켓 시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오= 6월4일부터 시작했다. 매일 아침 8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군청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황대권 대표가 피켓시위하는 것을 보고 코드를 꽂아놓고 있다고 하더라. 미리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코드로 비유한 것이다. 이 지역 문제를 지역민들이 심상치 않게 여기고 관심갖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탈핵순례는 7년간 끊임없이 이런 활동을 펼쳐왔다.

기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세슘 반감기가 30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체르노빌 지역은 30년이 지났지만 반감기 공식대로 줄지 않아 180년에서 300년이라는 '환경적 반감기'를 주장하고 있다. 원전은 결코 안전하거나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30~40년 쓰고 버린 핵폐기물도 몇백년 막대한 비용으로 반감될때까지 보관해야 한다. 핵사고는 나라의 존폐를 좌우한다.나라 운명을 통째로 걸어야할 발전소가 왜 필요하겠는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오= 백범 김구 선생은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고 했다. 소명의식이 있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적당히 타협해서 살면 누가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는가. 아이들을 생각하면 건강한 땅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인데, 다음 세대나 국가는 생각않고 자신들만의 이익만 좇는 사기꾼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서는 안된다. 이 시대에 생명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다면 탈핵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창생제도를 위해 출가를 했다면 이 시대의 방언공사는 탈핵이라고 생각한다. 탈핵을 법인정신으로 접근하자. 출가 교무들부터 합력을 한다면 해결되지 못할리 없다. 과거 구인선진이 방언공사를 이뤘는데 천오백 출가들이 힘을 합치면 못해낼 일이 없다.

[2019년 8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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