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교화는 원불교 세계화의 실험 무대
인류 보편적 종교로 나아가는 필연적인 과제

[원불교신문=이성하 교무] 미주 교화가 50여 년을 넘기고 있다. 인생이 오십에 이르면 지천명이라 했는데 미주 교화 50여 년 어느 만큼에 와있는지 가끔 생각할 때가 있다. 지난주 원다르마센터에서 열린 미주 동서부 교무 훈련에 입선해 선후진 교무님들의 교화 감상담을 들으며 한해 한해 달라지는 교당들의 모습이나 교무들의 모습에 감회가 새로웠다. 정말 더디게 나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우리가 이만큼 와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기 83년도에 밸리교당으로 발령받았던 무렵을 떠올리면 그때는 대개의 교당이 경제적으로나 인력으로나 최대한 힘써 버티며 살던 때였다. 그런 교화 상황이 현재 모든 교당에서 다 해소 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대부분의 교당이 생존을 걱정하며 교화하던 차원에서 그 다음 차원으로 넘어간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우선 하드웨어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많아졌다. 미주 대부분의 교당이 처음 자리를 잡을때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가정집을 개조해서 사용해 왔기 때문에 교화 공간으로서 환경이 적합하지 않은 곳이 많았으나, 교당마다 몇 대의 교무들을 거치면서 좀 더 나은 도량들로 이전하며 교당의 환경이 한결 나아졌고, 그보다 더 긍정적인 신호는 지난 10여 년 전 부터는 직접 신축하는 교당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르마센터처럼 세계적인 수준으로 반듯한 도량을 세운 일도 있지만, 교단 차원의 설계속에서 지어지는 도량과 지역에서 개 교당을 신축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자금의 문제를 넘어 미주의 건축관련 까다로운 법제들과 그에 따르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물론 여전히 어려운 점이 있으나, 어쨌든 감당해낼 만큼 교무, 교도, 교단의 역량이 커졌다는 것이다. 반듯하고 아름다운 도량 자체가 지역에 주는 영향력이나 교화 전체에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외적인 모습에서도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이제 서서히 갖춰진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등장하는 교당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적으로 보자면 영어를 구사하고 현지 문화에 익숙한 교무가 상당히 많아졌다는 것도 발전적 변화이다.

미주 교화의 시간이 50여 년이 되는 만큼 미국 교화에 일평생을 바치고 있는 교무들이 생겨나게 되면서 미국 사회나 문화에 노하우가 쌓이고, 미주 선학대의 개교와 더불어 초기에 선학대를 졸업한 교무들이 이제 중진급 교무들로 성장하면서 대부분의 교당들이 크건 작건 현지인 법회나 선방이 개설되지 않은 교당이 없게 되었다. 미주 교화의 방향이 교민뿐 아니라 점차 현지인들과 연결 지어지며 자연히 미주 교화의 고민은 교당을 수호하던 차원에서 그 다음 차원으로 넘어가게 된 것같다. 그 다음 차원의 고민이란 결국 최초의 소명이자 서원인, 어떻게 이 미주땅에 일원의 법음을 제대로 전할 것인가? 어떻게 지금 우리들의 선방과 법회에 나오는 현지인들 더 나아가 미국 사회의 가슴에  원불교의 꽃씨를 심어줄 것인가이다. 

미주 동서부 교무 합동 훈련 때, 우리가 미주 교화의 미래와 원불교 2세기를 맞아 당면한 화두가 무엇인가를 논의하던 끝에, 결국은 교법의 현지화, 세계화라는 주제에 의견이 모아졌다. 모든 것은 유전하고 이동하며 그 가운데서 변화하고 발전한다. 종교도 문화도 그러하다. 로마 천주교가 동양으로 들어오고, 불법이 달마를 통해 동쪽으로 전해졌을 때 모든 법은 전해지는 나라의 풍토 속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거듭 태어났을 것이다. 핵심을 위해 방편을 입은 것이니 본의가 어긋날리 없다. 

현지화의 노력이 없다면  문화적, 인종적으로 다양한 미국 사회에서 우리 스스로를 이민자들의 종교라는 범주 속에 가두는 일이 될 것이다.  어쩌면 미주 교화는 원불교 세계화의 실험 무대일 수도 있다. 종교가 다른 문화로 전해질 때 우리의 종교적 문화를 전달하기 보다는 현지의 문화를 수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은 모든 종교들이 인류 보편 종교로 나아가고자 할때 만나는 필연적인 과제인 것 같다. 새로이 시작하는 백년, 열린 교단이 되어, 열린 자세로 세계를 향해서 방향을 틀 때이다.

/샌프란시스코교당

[2019년 8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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