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준 교무

[원불교신문=서양준 교무] 종교교사 연수를 다녀왔다. 몇 주 안 되는 방학 동안 3주간의 연수를 가게 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중학교의 방학이 고등학교보다 긴 이유는 학기 중에 모두 방전되어 버려 충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특히 중학교에  발령받아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고 교당으로 인도하고 법회를 진행하며 학생들과 새로 만나 새로운 교과를 연구하고 좋은 수업을 진행하고자 노력했던 나에게 방학은 한 줄기의 빛이요, 오아시스였다.

그런데 처음으로 맞이하는 방학이 연수로 가득 차게 되다니. 교무도 사람인지라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과는 별개로 몇 년에 한 번씩밖에 없는 기회이고 신청을 해도 개설되지 않을 수 있으니 일단 신청해보라는 주변 분의 말씀에 신청서를 넣게 됐다. 전임 교무님도 연수신청을 했지만 결국 개설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일말의 희망을 품었었지만 결국 개설되고 말았고 내 방학은 연수로 가득 차게 됐다. 아무라도 단 한 명만 연수 가는 것을 반대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연수를 받아 1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학교에 있는 교무의 위상이 올라간다는 주변의 설득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더 넓은 지견을 전달해주고자 하는 내 작은 서원을 붙잡고 연수에 참여하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복잡한 생각 속에 시작된 연수는 너무 좋았다. 연수 그 자체에서는 별로 큰 감흥을 얻지 못했지만, 함께 수업을 듣는 다른 종교 성직자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큰 감명으로 다가왔다. 종교의 형태는 각각 다르지만, 우리는 소명(Calling)이라는 단어로 종교교사의 역할을 정의할 수 있었다. 꼭 신의 부름을 받는다는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하고 교육시킨다는 것을 소명으로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울림이 돼 나의 가슴을 흔들어놓곤 했다.

사회는 본능적으로 소명이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 최근 축구 스타 호날두가 한국에 와서 친선경기를 한다고 수많은 관중이 경기장에 모였지만, 그는 손 한번 흔들어주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경기장을 떠났고 팬들의 마음에서도 떠나버렸다고 한다. 그와 이틀 간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가수 앤 마리는 우천 사정으로 노래를 못하게 되자 호텔라운지에서 무료공연을 하고 현장에 오지 못한 팬들을 위해 인터넷 생중계를 실시해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한 두 명의 외국인을 보며, 나는 그들이 어떤 소명을 가지고 있었는지 사람들이 확인하는 순간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명했다.

요즘을 일러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는 시대라고 한다. 기존의 사고체계와 시스템이 모두 변화하는 시기에 사람들은 물질개벽 시대의 혼란을 맞이하고 있다. 직업이 바뀌고 인식이 바뀌는 폭풍우 속에서 사람들은 어딘가 닻을 내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대종사는 그 답을 정신개벽에서 찾았다. 우리의 마음 속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소명을 서원이라고 부르고 싶다. 대종사가 가졌던,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 서원을 다시금 새기며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왔다.

/원광여자중학교

[2019년 8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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