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최정윤 교무]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하던 인류학자가  한 부족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제안하기를 "달콤한 딸기가 가득 찬 바구니를 앞에 놓고 가장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아이들은 뜻밖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앞다투어 뛰어가리라는 예상과 달리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가 손에 손을 잡은 채 함께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과일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 입안 가득 과일을 베어 물고 키득거리며 해맑게 나누어 먹는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인류학자는 묻는다. "누구든 1등으로 달린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주려 했는데 왜 손을 잡고 달렸느냐"고 하자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가 있어요?"라며 합창을 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단원들에게 생활과 공부, 공부와 사업이 둘 아닌 교화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한 교화단을 운영하고자 교화단 교과서인 〈불법연구회통치조단규약〉을 발행하기 위해 원기15(1930)년에 전음광을 영광으로 보냈다. 정산종사와 함께 그동안 시행한 조단의 경험과 자료를 종합하여 새 '단규' 편찬에 주력해 대종사의 친감으로 원기16년 완정됐다. 여기에 대종사는 단원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매월 단회에서 공부·사업·생활 3방면에 철저히 훈련하게 했다. 또한 최초법어를 일일이 실행함을 명시해 단원들로 하여금 교법실현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교화단회가 교법으로 철저히 훈련돼 내가 변화되고 단원 모두가 변화돼 모두가 진급되고 향상되도록 한 것이다.

정산종사는 대중을 총섭하는 생명선이 헌규라고 한다. 이 헌규는 교단의 법통과 질서 유지의 측면에서 제정된 교헌, 교규, 교령을 통칭하는 것으로 교헌은 교단의 기본 현장이며, 교규와 교령은 시행규칙과 시행령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원불교인은 헌규를 생명처럼 지켜내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 정산종사는 혹 개인의 사의와 편견에 집착해 위반할 생각이 나거든 바로 본래 목적에 반조해 대중의 공법을 자기의 생명같이 보호할 것을 강조한다.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큰 서원을 가진 우리는 개인의 명예와 권리를 위하여 모인 것이 아니므로 오직 교단의 명예와 권리를 얻음으로써 다 같은 영광을 삼고, 혹 개인의 명예와 권리에 편착하는 삿된 생각이 나거든 바로 본래 목적에 반조하여 전체의 명예와 권리를 얻는 데에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또한 개인의 안일과 이욕을 채우기보다는 오직 대중을 위하여 희생하기로 다짐하고 대중의 안위와 전체의 이해를 불고하는 우치한 생각이 나거든 바로 본래 목적에 반조하여 무아봉공의 서원을 조금도 손상해서는 안될 것이라 한다.

"모든 학문의 근본이 되는 도학을 주로 가르치고 배우는데 힘써서 항상 주(主)와 종(從)의 대의를 잃지 않는 가운데 오직 담담하고 영원한 심락을 얻도록 하고, 혹 번화한 욕심 바다에 정신이 끌려 수도인의 참된 생활에 부질없는 생각이 나거든 바로 본래 목적에 반조해 영원한 세상에 큰 경륜실현을 매각하지 말 것이니라"는 정산종사의 법문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챙기는데 정성을 다해야겠다.

/원광보건대학

[2019년 9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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