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준 교무

[원불교신문=서양준 교무] 전국에 있는 종교교사가 모여서 함께 연수하게 됐다. 종교별로 다양한 성직자들이 각자의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을 공유하게 되었는데 조금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불교의 법사들뿐만 아니라 개신교의 목사들도 수업에서 명상을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명상을 이용해서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장기적으로 행복한 삶을 찾도록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 함께 공유하는 것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프로그램이 확실히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었다.

존 카밧진 박사가 소개한 마인드풀니스는 명상을 종교의 울에서 탈피시킨 과학적 접근 방식이었다. 그가 말하길 명상은 결국 매 순간을 충실하게 누리고 분별력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명상은 종교적이든 과학적이든 그 어떤 신념과 전통에 충돌하지 않고 특정 사고를 강요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수업에서 마인드풀니스를 가르치고 있다. 수업 전에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게 한다. 처음 명상을 접하는 아이들은 종교적인 활동인가 싶어서 조금 긴장하기도 하지만 명상의 방법이나 과학적인 설명을 듣다 보면 다들 조금씩 수긍하고 따라 하게 된다. 명상에 조금씩 익숙해지면 조금씩 삶 속에서 적용하여 생활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인식하도록 안내한다.

어느 날이었다. 한 학생이 고등학교에 올라와 살이 쪘다면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고 한다. 특히 학교에서 급식을 많이 먹는 것을 걱정하고 있으며,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과식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급식은 자율배식이고 이야기를 하면 적게 먹을 수도 있을 텐데 조절이 안 되냐"고 물었더니, "적게 뜬다고 떴는데 자리에 앉아보면 양이 많다"라는 것이다. 자기가 얼마나 먹을 것인지 생각 없이 뜨고선 먹으면서 괴로워하다니, 이게 삶을 습관의 관성대로 살아가는 모습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간단한 숙제를 내줬다. '급식을 받을 때 식판을 높이 들고 받기'라는 숙제였다.

늘 습관적으로 같은 위치에서 들고 있던 식판을 조금 가까이 드는 것만으로도 새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작 밥을 먹을 때에 비해서 급식을 받을 땐 낮게 들고 있으므로 밥도 적게 보이는데 이것을 조금만 가까이 눈앞에 가져가면 자기가 얼마나 받았는지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산종사는 새 마음을 챙기면 늘 새날이라고 했다. (〈정산종사법어〉 권도편 27장) 세상은 늘 변화하고 어느 것 하나도 사실 똑같은 것은 없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태산교악도 늘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어제의 바다는 오늘의 바다와 다른 물이다. 우리가 딛고 있는 대지는 이동하고 있으며 우주는 사실 무지막지한 속도로 이동 중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인식하고 습관적으로 생각한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가장 변화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집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우리의 집착을 새롭게 인식하고, 늘 새로운 진정한 나를 찾아가고자 매 수업 시간 명상을 지도한다. 그러면서 은근히 원불교의 무시선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원광여자중학교

[2019년 9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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