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오성 교무

[원불교신문=장오성 교무] 화를 잘 내는 편인가요, 잘 안 내는 편인가요? 주로 어떤 때 화가 납니까? 뭐가 내 뜻대로 잘 안되면 화가 나죠. 나랑 다른 생각을 고집하면 화가 날겁니다. 무례하거나 기본이 안됐다고 여겨질 때도 화가 납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건강하지 못하게 튀어나오는 화는 인간관계에도 업무능력에도 심신 건강에도 해를 끼친다는 것을 잘 압니다. 

화가 풀려야 인생도 풀립니다. 화를 푼다는 것은 내맘대로 화를 내거나 화풀이를 해댄다는 말이 아닙니다.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화는 아예 안 나게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냥 저절로 일어납니다. 일어난 그 화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마음공부의 핵심입니다. 일어난 화를 나오는 대로 분출하지 않고 잘 다스려 사는 것이 화를 잘 풀며 사는 것입니다.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인생이 팍팍하게 꼬이고 힘들어지게 됩니다. 

화의 표현 방식을 분노성향이라 하는데, 화가 날 때 어떻게 하는지 체크해 볼까요. 자신을 한번 반조해 봅시다.
화가 날 때 나는, 1.화난 감정을 그냥 드러낸다. 2.인내심을 갖고 대한다. 3.소리를 지른다. 4.냉정을 유지한다. 5.상대의 시선을 피한다. 6.말다툼을 한다. 7.속으로만 상대방을 욕한다. 8.참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9.말을 않는다.

만약 문항 1, 3, 6에 체크했다면, 분노 표출형입니다. 2, 4, 8에 체크했다면 조절형, 5, 7, 9에 체크했다면 억제형입니다. 조절형은 문제가 없습니다. 화를 쉽게 표출하거나 안으로만 억제하는 두 유형이 문제가 됩니다.화를 쉽게 내는 표출형은 가정, 직장뿐 아니라 어디서든 마찰이 자주 발생합니다. 

무엇보다 큰 피해자는 자신입니다. 마찰을 자주 일으키다 보면, 공공의 적이 되고 리더십 부족으로 여겨져 승진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화난 감정을 무조건 억눌러 놓는 억제형도 능력발휘를 못해 승진에 불리합니다. 때론 쌓아왔던 화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폭발해 '갑자기 왜 저래?' 하고 과잉반응 하는 사람으로 비춰져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깁니다. 화를 안으로 억누르다 보면 우울증, 위장장애, 두통, 혈압 등이 생겨 건강에도 이상이 옵니다. 건강과 인간관계 개선, 능력발휘,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도 가장 큰 감정인 화를 잘 다스리는 것은 누구나 해야만 할 일입니다.  

그 첫걸음은 멈춤입니다. 멈춤에서 시작해 봅시다.
마음에 화가 훅 올라옴을 알아차렸을 땐 일단 무조건 멈춰야 합니다. 그 상태로는 아무 언행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빨간 신호등에서는 일단 정지해야 합니다. 그대로 달리면 사고 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크든 작든 사고가 나면 모든 것이 복잡해집니다. 사고 뒤처리를 하는 것이 여간 힘들고 에너지를 앗아가는 게 아닙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사고가 나면 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화가 나면 어떤 언행도 멈추는 것이 최선입니다.   

멈춤의 방법으로 효과적인 30초의 법칙을 소개합니다. 화가 불같이 일어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30초를 넘기는 것입니다. 모든 감정은 반드시 소멸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감정도 영원히 지속되지 못합니다. 화를 일으키는 호르몬의 유통기한은 대략 15~30초라고 합니다. 30초쯤 지나면 문제의 호르몬은 대체로 사라집니다. 모든 감정은 반드시 사라지게 되어 있음을 믿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심호흡과 함께 30까지 세면서 세찬 불기운이 약해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그 30초를 못 참아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일이 참 많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라 처음엔 잘 안되겠지만 꾹 참고 기다리면 서서히 고요해질 것입니다. 평상시에 하루 5분씩이라도 호흡에 집중하며 선이나 명상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화를 조절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마음에 화가  올라옴을 

알아 차렸을땐 일단 무조건 
멈춰야 합니다."

"화가 풀릴 시간을 주기보다 모른 채 하거나

중독적인 방법으로 없애려 하면 안됩니다."

"자기자신에게 질문해 봅니다.
왜 화가 났는가
이 화가 타당한 것인가
왜곡된 판단을 하지 않았는지."

또 다른 멈춤의 방법으로 무작정 걷기를 추천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 봅시다.
에스키모인들은 화가 날 때 무작정 걷는다고 합니다. 풍경을 보며 무작정 걷다가 화가 풀린 지점에 나무 막대기를 표시해두고 돌아온다고 합니다. 살다가 화가 나면 또 걷습니다. 예전에 꽂았던 막대기가 보이는데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내 삶이 예전보다 많이 힘들어졌구나" 하고 삶을 반성하며 돌아옵니다. 화가 다 풀어졌는데도 막대기가 보이지 않으면 "내 삶이 견딜 만 하구나"하고 감사함을 느끼며 돌아옵니다. 이들이 화를 다스리는 법은 표출이나 회피가 아니라 화를 그대로 바라보며 대화하는 것입니다. 일단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그 상황을 벗어나 내면의 대화를 합니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모르고는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습니다. 화가 풀릴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기보다 화를 모른 채 하거나 중독적인 방법으로 없애려 하면 안됩니다. 

마음이라는 밭에는 기쁨 사랑 희망과 같은 긍정의 씨앗도, 분노 미움 절망 좌절 시기 두려움과 같은 부정의 씨앗도 있습니다. 어떤 씨앗에 거름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화를 내는 쪽으로 거름을 주면 그것이 증폭되어 화가 더 힘을 얻습니다. 하루 종일 게임에 빠져 살거나 음식을 잔뜩 먹어 벗어나려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 순간에는 기분 나쁜 감정이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중독되어 자신을 더 깊게 파괴하는 습관이 형성됩니다.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폐차를 망치로 때리거나 주먹으로 베개를 치는 등의 행위는 화를 다스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합니다. 이는 화내는 연습을 하는 꼴이 됩니다. 이것이 습관이 되고 단련이 되어 나중엔 더 쉽게 화를 내게 되고. 불길은 더욱 거세지게 됩니다. 뿌리가 억세져 웬만한 방법으로는 조절하기가 어렵게 되어, 자기도 모르게 길들여진 폭력성이 사람에게 향할 때는 위험천만한 것이 됩니다. 화를 다스리지 못해 욱하는 마음에 저질렀다는 범죄들은 대체로 어릴 때부터 이런 방식으로 학습해 온 경우가 많습니다. 술을 흠뻑 마시거나 때려 부수거나 발로 차는 것 등은 화를 연습하고 단련하는 것입니다. 불에 기름을 끼얹는 화의 증폭제입니다. 불을 불로 끄려는 격입니다. 

화를 다스리는 다음 단계는 잘 생각하기입니다. 
차분해진 자신에게 질문해봅니다. '왜 내가 화가 났지? 이 화가 타당한가? 괜히 왜곡된 판단(예를 들면, '나를 무시해')을 하고 있지는 않나? 저 사람이 살아온 배경이 달라서 그런 건 아닌가? 나도 모르게 저 사람을 화나게 한 일은 없나? 저 사람 입장에서는 적절한 행동을 내가 잘못 해석한 것은 아닌가? 내가 고정관념에 가려 판단한 것은 아닌가?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잘못 들었거나 잘못 보았거나 잘못 알았을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지금 바라고 원하는 결과는 뭐지?' 이렇게 깊게 생각하다보면 사실 별것도 아닌 걸로 인생을 복잡하고 힘들고 꼬이게 만들어 온 일이 참 많음을 알게 됩니다. 이럴 땐 그냥 한번 크게 웃고 넘기면 인생이 참 가뿐하고 수월해집니다.

멈춰 생각한 후 행동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결정을 행동으로 실천해 봅니다.
대종사님께서는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하라 하셨습니다. 모든 자극에 곧바로 반응하면 성장이 일어나지 못합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스스로 공간을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공간 만드는 일이 멈추기입니다. 그 공간에서 잘 생각한 후 행동해야 합니다. 멈추어 충분히 생각한 후 행동하면 평화로운 인생을 자율적으로 엮어갈 수 있습니다. 중추가절 추석이 다가옵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인척들과 어울리다 보면 심기 거슬리게 하는 일이 곧잘 일어나곤 합니다. 화가 올라 올 땐 일단 멈춰 잘 생각한 후에 행동으로 옮기면 인생사 꼬일 일이 없이 잘 풀립니다. 우리네 인생길에 무사고 모범 운전수만 가득하면 참 좋겠습니다.

[2019년 9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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