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이다. 교단의 9월 역시 결실의 때이다. 총단회와 총회를 중심으로 모든 사업 주체들이 1년을 결산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시기이다. 원기104년의 결산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올해는 12년의 임기를 마친 경산종법사의 뒤를 이은 전산종법사가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해이다. 교정원과 감찰원도 새로 조직되었다. 한편 36년을 1대로, 다시 1대를 12년씩 묶어 3회로 산정한 창립한도 방식으로 보면 원기104년은 3대 3회의 끝자락에 서있다. 원기73년부터 시작한 교단3대를 결산해야 하는 때이고, 원기97년부터 시작한 3회를 마무리해야 할 때이다. 108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도약할 교단 4대를 준비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돌아보고 성찰하고 평가해야 할 흘러간 시간의 양이 만만치 않고 설계해야 할 미래의 시간도 부담스럽다.

교단은 왜 '대'와 '회'로 시간의 단위를 묶었을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이 공부 이 사업을 하면 될 텐데 말이다. 어차피 시간은 무시무종으로 흘러가는 것인데 구태여 인위적인 기간의 구분을 해야 할 필요는 무엇인가. 스승의 뜻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당부가 담겨 있음은 분명하다.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고 평가하고 반조하면서 교단 운영을 절도 있게 하라는 뜻일 것이다. 아쉽게도 그동안의 교단 운영을 돌아보면 반성할 일이 적지 않다. 응용의 형세를 보아 미리 연마를 하면서 장기 계획을 세웠는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계획을 세웠으면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제대로 노력했는지 의심스럽다. 역대 스승의 큰 경륜들도 석연치 않은 이유와 핑계로 소홀하게 다뤄지지는 않았는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다가 거대한 흐름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성찰하며 새로운 교단 4대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이다.  

최근 교단은 원불교100년기념성업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9월21일 개관하는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은 실질적인 100년성업의 마감과 교단의 미래를 열어가는 상징물이 될 것이다. 그동안 재가출가 전 교도의 정진과 적공은 눈물겨웠다. 이 정성은 반드시 교단의 미래를 여는 마음의 주춧돌이 되고 교화의 새로운 결실로 이어져야 한다. 이제 가뿐 호흡을 잠시 가라앉히고 발걸음을 진중히 하면서 시선을 멀리 두어야 할 때이다. 인류문명의 큰 변화를 읽어내고 급변하는 교화 환경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교단 역량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필수적이이고 교단 구성원들의 공부 정도와 방향도 새롭게 가늠해야 한다. 거대한 시대 조류인 메가트렌드를 읽기란 쉽지 않다, 외부 환경 분석과 내부 역량의 측정 역시 만만한 조건이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다. 급한 일, 눈에 보이는 일에 매달리다 보면 교단은 오히려 큰 방향을 잃을 수 있다. 교단의 과제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고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새로 맞이할 4대와 새로운 100년의 기틀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큰 그림을 그릴 때이다.

[2019년 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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