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웅 지휘자

[원불교신문=정성웅 지휘자] 음악은 선율을 재료로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우리는 여기에 삶의 희로애락을 노랫말로 붙여 부르며 때로는 즐거움을 느끼고 때로는 위로를 받는다. 원불교 성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성가를 부르며, 공부인으로서 가슴에 새겨야 할 대종사의 법과 선진들의 말씀을 배우고 늘 곁에서 함께 하는 든든한 법동지들을 만난다. 다시 말해 원불교 성가는 바로 음악으로 만나는 일원상서원문이요 <원불교 전서>요 원불교 정신인 것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원기88년부터 지금까지 원불교 성가와 한시도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17년간 이리교당 성가대와 군산지구 원음합창단, 정토 합창단 등의 지휘와 이리교당 법회의 찬송을 맡아 매일같이 원불교 성가를 부르고 가르치며 연주하고 있다. 개인이 원한다고 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건만, 전생에 복을 많이 지은 것이 분명하다. 세상에 원불교 법음을 널리 퍼뜨리는 임무를 도맡아 일원회상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사명감 하나로 늘 다시 일어서곤 하지만, 무거운 책임감에 힘이 들 때도 많이 있었다. 특히 지난 5월 '이리교당 82년 기념음악회'를 준비하면서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이 부쳤었다.

기념음악회라고는 하나 사실상 성가대의 단독 연주회였다. 두 시간이라는 시간을 오로지 성가대의 합창만으로 채워야 했고, 그것도 모든 곡을 혼성 4부 합창으로 전원이 암기를 하여 공연을 올려야 했다. 평균 연령을 감안해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준비해야 할 곡도 모두 12곡이나 되었다. 각 파트별로 음정, 박자, 가사는 기본이고 호흡과 악상 등을 익혀서 한마음 한소리로 오로지 지휘자의 눈빛과 손동작만에 의지한 채 노래해야 했던 단원들의 불안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리교당이 아닌가. 차마 그날의 연주 결과를 '기적'이라고 표현하기엔 그동안 불철주야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온 우리 단원들의 노고의 빛이 바랠 것만 같다. 법신불 사은과 이리교당 성가대 모든 단원들의 합력과 이리교당 전 교도들이 일심으로 함께 해준 기도의 위력이었는지,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성공적인 연주회를 선보일 수 있었다. 

교감교무와 교도회장을 비롯한 많은 교도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후원으로 이루어낸 성과였다. 그 감사함에 보은하고자 더 열심히 달려야 한다. 보내주신 성원에 힘입어, 합창으로 일원의 법음을 만방에 전하는 일에 끊임없이 앞장설 것이다. 

이리교당 성가대는 법회가 성가와 잘 연동되어 의식이 매끄럽게 진행되고 또 교도들의 신심이 더욱 깊어질 수 있도록 한마음 한소리로 법회에 임하고 있다. 또한 40여 명의 성가대 단원들이 매주 일요일 오전 9시와 매월 둘째 주 법회 후, 그리고 셋째 주 토요일 오후에 지하 은생관과 3층 대각전에 모여 일심으로 합창 연습을 하여, 매월 셋째 주 법회 때면 새로운 하모니를 선보인다.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성가대 단장님의 아낌없는 후원과  단원들이 함께 합력하며 5년째 이어오고 있는 도전이다.

이리교당 뿐만 아니라 전국 성가대 활동으로 신앙심이 깊어지고 교화가 살아나며 화합하는 교당, 품위 있고 깊이 있는 교단으로 굳건히 자리하길 바란다. 정산종사의 '풍류로써 세상을 건지리라'는 말씀처럼, 우리 교단 곳곳의 교당에서 성가대가 활성화 되고, 많은 교당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가족이 되어 교화가 살아나는 소박한 꿈을 염원해본다. 성가를 통한 교당 활동은 교도들의 신앙심 고취에도 큰 도움이 되고, 화합과 긍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교당이라면 몇몇 교당의 연합으로도 해볼 수 있는 연계활동의 교화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불교 성가를 통해 감사와 은혜와 상생의 기운이 이 세상 모두에게 전해지기를 염원한다.

/이리교당

[2019년 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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