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원익선 교무] 인류의 역사는 출가위의 심법이 개입된 역사다. 인간이 무지로부터 개명되고, 각자가 진리의 화현임을 깨우쳐 불합리·불공정·부조리한 인습과 제도로부터 탈출하게 된 것은 그들 출가위에 해당하는 선각자들의 빛나는 지혜와 목숨을 건 단호한 혁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의 역사서는 시대를 바꾸고, 정의를 실현한 이 위대한 인물들과 민중의 고난의 흔적이다.

이들 심법의 원형은 대공심(大空心)에 뿌리한 대공심(大公心)이다. 원불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기본적 인간형이다. 대산종사는 출가위를 "도심·공심·희열심으로 시방일가의 큰살림을 개척하는 위"라고 한다. 수행과 신앙의 꽃이 만개되어 세계에 맑은 향기를 뿜어내는 모습이다. 법신불의 사자(使者)로서 인류의 운명을 뒤바꿀 능력을 획득하고 실천하는 보살의 위에 오른 것이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불퇴전에 이르렀다. 수행과 믿음이 더 이상 퇴보하지 않고, 실상을 보는 지혜로부터도 퇴보하지 않으며, 생사의 자유를 획득했으므로 윤회하지 않는다.

대산종사 또한 "심화(心和)·기화(氣和)·인화(人和)가 되어 전체가 덕으로 화하는 불퇴전위"라고 설한다. 따라서 시방일가·사생일신의 불보살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의 살림은 교단과 지역공동체는 물론 지구와 우주에 미친다. 모든 존재가 그의 구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린다. 출가위의 탄생은 불보살의 성불제중의 서원이 전 인류의 이익으로 전환되는 단계다.

그의 법열은 우주로 확산된다. 육근이 법으로 화하여 일거수일투족이 불법을 드러낸다. 세계 모든 성현의 가르침의 근본을 이해하고 그 뜻을 실천한다. 만법을 관통하여 한 마음을 밝히고, 한 마음을 밝혀 만법에 통하기 때문이다. 즉 대소유무의 이치를 가져다가 시비이해를 건설한다. 진리의 체를 깨달아 진리의 용을 세운다는 뜻이다. 윤리와 도덕과 종교는 출가위의 영적 세계를 기반으로 한다. 전 존재와 한 마음이 된 그는 모든 중생이 귀의할 보살의 품을 지녔다.

출가는 모든 집착과 국집으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을 말한다. 출가위의 무착(無着)과 대국(大局)의 심경은 온 생령에게 감응된다. 모든 존재가 감화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일원상의 진리를 체화한 경지다. 따라서 어떤 미미한 존재의 고통일지라도 자신의 생명과 교환할 수 있는 자비의 화신으로 우뚝 서있다. 무아·대아의 경지에서 인류와 지구 전체가 자신의 육신이며, 모든 존재의 영혼 속으로 그의 영혼이 녹아든다.

세계가 갈망하는 지도자의 기본적 표본은 또한 출가위다. 어떤 종교와 성현의 가르침도 자아를 벗어나 공적 인간이 되는 것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 가르침의 최초 인간형이 바로 출가위다. 인류의 교과서는 이들의 역사로 채워지고 있다. 출가위는 불국토 건설의 설계사며, 현장의 대목장이다. 출가위가 주재하는 곳에서는 정치는 도치(道治)로, 경제는 법상(法商)으로, 문화는 도명덕화(道明德化)로써 정토낙원을 구현한다. 원근친소와 자타의 국한을 벗어났으므로 그의 교화는 곡식을 무르익게 하는 태양과 바람과 물처럼 고르게 펼쳐진다.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의 보살핌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해조음(海潮音)처럼 중생계로 퍼져가듯이, 출가위의 차별 없는 자비의 손길은 늘 우리 곁에 머문다.

/원광대학교

[2019년 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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