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유네스코는 교육·과학·문화의 보급 및 교류를 통하여 국가 간의 협력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연합전문기구이다. 여기서 지정하는 세계 인류 무형 유산은 인류가 보존하고 보호해야 할 중요한 문화이다. 현재 이 무형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은 19가지이고 그 중 12가지가 국악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세계가 우리 문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문화 중 국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악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 오히려 많은 세계인들이 케이팝 등을 통해 국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공교육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나는 국민들이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알고 즐기며 그에 대한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얼마나 실천하고 피부로 느끼는지는 모르겠으나 모두가 알고 있는 말이다. 요즘 이 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다. 방탄소년단은 프랑스에서 열린 케이팝 콘서트의 오프닝 무대를 아리랑으로 열었다. 그것도 4개 지역의 아리랑을 엮은 메들리로 말이다. 또한 시상식 특별공연의 인트로에 삼고무, 부채춤, 봉산탈춤, 농악 등을 접목시켰다. 

이 공연을 나는 10번쯤 보았는데 정말 너무나 멋있고 화려하여 볼 때마다 새로웠다. 보고 느끼는 것은 비슷한지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수많은 공연 중 이 공연을 세계인들이 가장 인상 깊은 무대로 꼽기도 했다. 그 증거로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방탄소년단의 이 공연을 보는 외국인의 반응을 촬영한 영상이 수십 개가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어느 장소에서 세계인들과 만났을 때 방탄소년단의 무대에 등장한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에 대해 물어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국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여 국악 공연을 찾고 더 나아가 직접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국악을 알고 있는 것, 그리고 국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 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을 주로 만나는 나는 학교현장에서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12개의 국악 문화는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영산재, 남사당놀이, 제주칠머리당 영등굿, 처용무, 가곡, 줄타기, 아리랑, 농악이다. 이 중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보편적 교육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강강술래, 아리랑, 판소리 정도이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의 국악을 접목한 공연 영상을 보여주며 세계인들도 좋아하고 즐기니 우리는 더욱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지역별 아리랑을 먼저 익혔다. 특히 진도아리랑을 좋아하여 깊이 배우고 메기는 부분의 가사 내용이 신세 한탄하는 내용임을 인지한 뒤 각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가사로 바꾸어 부르기를 했다. 국악이라고 해서 현재 학생들의 삶과 관계없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그랬듯이 삶 속에 스밀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판소리는 드라마 사극 톤으로 아니리를 익히고, 시김새를 과장해 표현하여 재미있게 소리를 익혔다. 합죽선 부채를 손에 들고 발림을 익히고 북장단에 맞추어 추임새도 넣어보았다. 우려한 것과 달리 아주 재밌어 하며 즐겁게 익혔다. 강강술래는 노래보다 동작을 먼저 익히고 머리가 긴 친구들은 댕기도 하나씩 주어 머리에 묶고 놀이처럼 익히니 모두가 즐거워 했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우리 문화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 될수록 인간화 교육이 단단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했을 때 우리문화를 배우고 즐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중요한 일이다.

풍요로운 계절 가을이고 추석이 지났다. 추석과 밝은 달 아래서 고운 한복을 입고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을 연관 짓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앞으로 추석에는 직접 강강술래를 하지는 않더라도 여러 매체를 통해 강강술래의 역사를 찾아보고 강강술래에 엮여 있는 민요와, 전래동요 등을 함께 불러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9년 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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