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연구소 정기연구발표 '생활 속 공부와 교화단 운영의 실제'
한창민 교수 "교화단과 조직, 서로 너무 다른 개념…혼용 말아야"

상시훈련에 바탕한 교화단 운영사례, 남양주·장흥교당 소개
〈정전〉에 바탕한 마음공부·오랫동안 공들인 교화단 운영 공통점

김보명 교무 "신뢰 기반해 동기부여 되도록 기다림, 학습 중요해"
정현오 교무 "교화단은 플랫폼 같아…원하는 것 얻어가도록 해야"

[원불교신문=정성헌 기자] 전산종법사가 "상시훈련문화가 창조적인 후천개벽 문화"라고 강조한만큼 올해는 상시응용주의사항에 대한 재가출가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교화연구소는 5일 상시훈련을 기반으로 현장 교화의 법풍을 일으키며 교화단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남양주교당과 장흥교당 중심의 정기연구발표 '생활 속 공부와 교화단 운영의 실제'를 개최했다. 교도 개개인의 상시훈련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자타력의 원동력이 되는 교화단 운영이 현장 곳곳에서 활성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한창민 교수가 발제한 '조직의 역사에 비추어 본 단 조직'은 교화단이 가졌던 본래 정체성과 의미를 짚어보며 교화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김제원 교화연구소장은 환영사에서 "교리적으로 바라볼 때 재가출가 교도들의 하루 일과는 상시응용주의사항이며, 일주일 일과는 교당내왕시주의사항이라 할 수 있다"며 "교화가 더딘 이유가 시대적·사회적 원인도 있겠지만 교당내왕시주의사항이 이뤄지고, 상시응용주의사항을 확인받을 수 있는 교화단이 살아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교화단의 사실적 운영 사례를 통해 상시훈련문화를 살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직의 역사에 비추어 본 단 조직
첫 발제로 발표에 나선 한창민 교수는 우리가 혼용해 사용하는 '단조직'의 잘못 쓰임부터 짚었다. 통상적으로 교화단을 '단조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소태산이 제시한 '단'의 개념은 사회 및 기업에서 사용하는 '조직'과는 근본 성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인류역사에서 조직은 약 2~3천년이 지나서야 발생했다"며 "이전에는 혈연공동체, 지역공동체 등 공동체의 역사였다"고 말했다. 인류가 수렵 및 채집, 농경사회 등을 꾸리며 자연스럽게 진행된 공동체는 집단적 경제활동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점차 사회가 발달하고 국가 개념이 등장하면서 정치나 군사 등을 효율적으로 꾸리기 위해 조직이 발생한다. 그는 이러한 공동체와 조직은 인간사회의 중요한 토대임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조직은 일 중심이다. 목표를 정해놓고 이 목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업무를 분할하고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며 "그러나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일은 있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조직은 일이 최우선시 되기 때문에 인간소외가 현대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공동체는 이와 반대로 인간을 핵심 가치로 두면서 인위적이 아닌 자생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때문에 조직 중심인 현대사회에서는 공동체에 대한 절박함이 어느때보다 절실함을 그는 강조한다. 이는 원기2년 소태산이 구인제자를 대상으로 첫 조단을 구성해 도제식 교화, 방언공사, 저축조합 등을 전개하며 인간중심의 맞춤형 교육, 초기 교단의 경제활동에서 조직보다는 공동체 성격에 부합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 교수는 "소태산은 원기2년 단을 조성하고 원기9년 익산으로 왔다. 여기서 소태산의 선경지명에 깜짝 놀랐는데 당시 공동체 중심의 농경사회에서 관료조직인 2원10부제(교정원, 서정원, 교육부, 연구부, 통신부, 감사부, 서무부, 상조부, 산업부, 공익부 육영부, 공급부)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며 "현대적 조직을 제도화한 것은 원불교가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발전한 여러 원인 가운데 조직적 시스템을 생각해본다면 소태산이 지금의 교정원 모태가 된 2원10부제를 100년전 만들었던 이유를 가늠해볼만 하다. 때문에 일과 성과 위주의 조직이 중심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는 게 급선무이듯, 교단도 교정원 중심의 조직력과 교화단 중심의 공동체를 함께 살려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남양주교당 김보명 교무

남양주교당 교화단 운영사례
첫 번째 교화단 운영사례 발표에 나선 김보명 교무는 교화단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점으로 교도와 신뢰구축을 들었다.

김 교무는 "주임교무로 현장교화에 나설 때 전임들이 교도들과 잘 살았다면 후임교무가 왔을때에도 신뢰를 바로 쌓을 수 있어 교화단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며 "남양주교당은 상황이 안좋았기에 오랫동안 라포형성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고 말했다. 라포형성을 위해 그는 기다림, 모범, 위로, 존중, 감동적 설교를 표준잡았다. 그리고 1년은 신뢰구축을 위해 교무 입장보다 교도 입장에서 들어주고 그 의견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법회에서도 일단 감동적 설교로 교도의 공부 방향을 꾸준히 제시했다. 2년째부터는 교화단 교화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기본적으로 라포형성을 표준으로 두고 교도들이 상시응용주의사항에 자력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친숙해지도록 했다. 집에서 좌선과 염불을 혼자할 수 있도록 선법회를 열었고, 회화와 강연에 익숙해지도록 단별 진행과 대표자 발표를 시켰다. 3년째 들어서는 교리 체계를 잡게 하기 위해 〈정전〉 설교를 진행했다. 교도들에게 낯설기만 한 상시응용주의사항과 가까워지고 발심나도록 구정·정초기도에서는 '상시응용주의사항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함께 기도도 올렸다.

김 교무는 "4년째인 올해 교화단을 제대로 시작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감사한 점은 올해 전산종법사가 상시응용주의사항을 신년법문으로 내려주셔서 교도들에게 동기부여할 명분이 너무나 확실해졌다는 것이다"고 감사를 전했다. 남양주교당 교도를 위한 상시일기장을 만들어 일주일단위로 공부한 내용을 체크하고 제출하도록 했다. 감사일기와 상시훈련 점검 내용이 점점 가득해짐에 따라 교화단별 회화 내용도 풍성해졌고, 교도들도 교법실천에 재미를 느껴 여자단은 신입교도 입교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앞으로 운영방향에 대해 김 교무는 "올해까지는 시작단계다. 자신할 내용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심화시켜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며 "지금 과제로 교당자체 신앙수행 가이드북을 제작할 예정이다. 교도를 위한 기도식순, 염불좌선 방법, 가정에서 제사지내는 법, 집에서 경전연습하는 법, 의두연마하는 법 등 본인들이 개념잡아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알기쉽게 밝혀주는 것이 교화단 교화를 심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흥교당 정현오 교무

장흥교당 교화단 운영사례
장흥교당은 전임이었던 김자경 교무가 교화단 체계를 잘 잡아 놓은 관계로 올해 부임한 정현오·정현숙 교무가 곧바로 이어가 교화단 운영에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현오 교무는 "전임 교무가 매월 단별 단회날짜를 정하고 반드시 교무가 참석했고, 교재는 교화단 마음공부로 진행하며 교도들에게 반드시 숙지해오도록 했다"며 "이런 기본에 바탕해 현재 교화단은 회화시간 각 단원들이 한마디씩이라도 발표하도록 하고, 단회를 마치면 애경사 점검을 해 기도, 천도재, 잠자는 교도 순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무는 교화단을 통해 공부·교화·사업 판을 벌여가는 것이라는 철학을 밝히며 마음공부, 정전공부, 교화 및 사업, 교도들의 법회 운영 등 4가지 목적과 방향을 제시했다.

정 교무는 "교도들이 교당에 오는 이유로 욕구조사를 해보면 나의 문제가 해결되고 해소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며 "실제 교화단 운영을 통해 일방적인 설교보다 속깊은 공부담을 나눌 수 있어 시댁문제, 부부관계 등이 해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도들이 마음공부 차원에서 내비친 속마음이 교화단에서 문답감정으로 이어져 적지 않은 위로와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또 정 교무는 교화단 활동 체계는 잡혀있을지라도 교리 체계는 잡혀있지 않는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전공부를 유도하고, 교도들의 안식처인 교당 운영에 대해서도 각 단원들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간 사례를 제시했다.

교도들의 법회운영은 교화단회 뿐 아니라 매월 마지막주 교화단 보고법회를 통해 5개 단이 돌아가며 강연하듯 대중에게 활동보고를 발표함으로써 교화단 활성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발표 실력도 늘고 대중에게 보고해야 하니 더욱 실속있는 교화단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 교무는 "교화단은 플랫폼과 같다. 목적지를 가기 위해 정거장을 거쳐야 하듯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얻어갈 수 있는 게 교화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9년 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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