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훈련원

산과 바다, 계곡이 어우러진 강원도 청정도량 우인훈련원은 토굴적공실, 산상기도터와 해돋이 명상프로그램, 사상선 등을 활용한 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우주를 담은 코스모스가 피어나는 낭만의 가을. 나는 강원도를 향하는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강원도는 힘들고 지칠 때 결단과 구원의 공간으로 마치 먼 길을 돌고 돌아 제 자리로 오게 하는 묘한 힘을 내준다. 나는 이런 힘을 얻기 위해 우인훈련원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진고개에서 강원도의 가을을 엿보다
우인훈련원은 진부IC를 나와 진고개를 올라가는 길과 북강릉IC를 통해 가는 길이 있다. 훈련원을 향할 때는 진고개를 올랐고 돌아올 때는 북강릉IC를 지났다. 강원 평창 병내리와 강릉 연곡면 솔내의 경계에 위치한 1072m의 높이의 진고개는 비가 오면 온통 진창이 된다는 뜻에서 이름 지어졌다. 진고개를 지날 때는 자동차 창문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서늘한 가을향기가 몸을 휘감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정상 휴게소에서 고지대의 공기를 만끽하며 바라본 풍경에 가을이 선명했다.

천혜자연 속 우인훈련원과의 인연
산과 계곡 바다와 인접한 천혜의 장소인 우인훈련원은 김정상 교무가 사재를 희사해 직접 만든 특별한 이력을 가진 곳이다. 김 교무는 고향인 강릉지역의 교화 활성화를 위해 기관설립을 염원해 오다가 원기88년(2003) 강릉시 연곡면 퇴곡리(듬바우길) 700번지를 중심으로 대지 4천여 평을 매입해 토목공사(축대조성, 조경공사, 지하수계발, 계곡정리)를 시작했다. 이후 김 교무는 관리동과 아래채 숙소 및 법당, 적공실을 건립해 교단에 희사했다. 훈련원 이름은 오대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오대산 훈련원으로 하려 했으나 원기91년 당시 좌산종법사가 우산 김정상 교무와 인타원 김지성 정토의 법호를 따서 우인훈련원으로 정했다. 원기94년 봉불식을 올린 후 법당이 협소해 아쉬워하던 중 오광성 교도(화산교당)가 건축 기금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밝혀 대각전 신축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어 대각전 신축을 위한 동참기도를 결제하고 정성을 모아 원기100년 대각전 건물을 완공했다.

상시훈련과 정기훈련은 뗄 수 없는 관계
강원도가 좋아서 강원교구를 신청했다는 장상인 원장은 "훈련원은 교당과는 또 다른 환경으로 좋은 장점이 많다. 나를 바라보고 구도자의 자세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는 "훈련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고 공부에 대해 더욱 깊어지며 훈련을 통해 하고자 하는 목표나 방향성이 뚜렷해진다"고 설명하며 "교당에 있다가 훈련원에 오니 상시훈련과 정기훈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더욱 실감한다"고 전한다. 결국, 그는 "평상시 상시훈련이 잘 이루어져야 정기훈련도 잘 이룰 수 있다"며 "교당에서는 상시훈련이 활성화되고 훈련원에서는 정기훈련하는 곳으로 상호 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유 가지고 미리 준비하는 공부해야
현재 우인훈련원은 장상인 원장을 비롯해 김제명 교령, 박태길 교무, 박민교 총무가 근무하고 있다. 장 원장처럼 강원도를 1지망으로 지원해 훈련원에 오게 됐다는 박태길 교무는 "자연환경이 너무 좋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김제명 교령을 모시며 기운 받아 큰 힘이 되고 무엇보다도 장 원장이 믿고 맡겨줘 감사하다"고 전한다. 박 교무는 "4천여 평의 대지와 훈련원을 관리하고 운영하려면 지칠 수 있으므로 꾸준히 분배를 잘해야 한다. 여유를 가지고 미리 준비하는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이곳에 와서 생각과 행동이 많이 유연해진 것 같다"고 감상을 말한다. 장 원장은 일을 성실히 꾸준하게 해나가는 박 교무에 대해 칭찬하며 " 모두가 두려워하는 말벌집을 옮기기도 하고 주변 곤충이나 동물이 나타나면 살생하지 않고 멀리 옮겨 놓는 등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나투며 살고 있다"며 재미있는 이야기로 웃음 짓게 한다.

장상인 원장(사진 좌)과 박태길 교무(사진 우).

여름에는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어
우인훈련원에서는 1년에 20여 차례 교도정기훈련이 진행된다. 김제명 교령은 주제강의를 맡고 있으며 장 원장은 결제식, 해제식, 정기일기, 염불, 기도를 주관한다. 박태길 교무는 좌선, 행선, 사상선, 요가를 담당하고 박민교 총무는 레크리에이션과 식사에 도움을 주고 있다. 교도정기훈련 외에는 전무출신 자율훈련과 어린이·학생·청년훈련도 진행된다. 가까이 오대산, 설악산, 소금강을 비롯해 자동차로 20분 만에 주문진과 경포대에 갈 수 있어 해돋이 명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곳에 오면 자연 힐링이 되는 곳이기에 특히 여름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올해 여름부터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있게 돼 이용객들의 접근성이 높아졌다. 7월 모스크바 교당에서 한국문화체험훈련을 이용하는 등 앞으로 명상 단체나 여러 단체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돼 더욱 기대되는 곳이다.

부족한 일손을 함께 나누며
천혜 자연 속에 있는 훈련원이지만 넓은 대지와 건물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어려운 점은 결국 부족한 인력이다. 그래도 강릉교당에서 1달에 1번, 속초교당, 간성교당, 동해교당, 양양교당 등 강원교구 교도들이 함께 힘을 모아주고 있다. 건물관리나 보일러 문제 등 어려운 부분이나 전문적인 부분은 훈련기관협의회를 통해 노하우를 공유받아 헤쳐나가고 있다. 또한 훈련원을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최미현 운영위원회장(원남교당)을 비롯한 위원들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훈련원을 방문하는 이들도 나무, 잔디, 꽃 등 자연환경 조성에 함께 동참하고 있다.

훈련을 나기 위한 곳이자 여행지
우인훈련원은 일상 속에서 지친 심신을 다독이고 보듬어 다시 삶으로 돌려보낼 힘을 주었다. 훈련원에 나오면서 루시모드 몽고메리가 쓴 <빨강 머리 앤>에서 앤의 말이 떠오른다. '여행이 정말 좋은 것은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인훈련원은 훈련을 나기 위한 곳이자 여행지이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강원도 우인훈련원의 힘을 경험하길 바란다.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모스크바교당 정기훈련에서 현지인 20명과 한국 참가자 20명이 사상선(깻잎따기)을 통해 심신을 단련시켰다.

[2019년 9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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