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교사

[원불교신문=박지은 교사] 설레는 새 학기에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 누구일까?'일 것이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담임교사도 '올해는 우리 반에 어떤 학생들이 배정됐을까?'를 똑같이 궁금해 한다. 몇 해 전 담임 학급이 정해지고 배정된 학생들의 명단을 본 순간 학생 한 명의 이름이 매직 아이처럼 입체적으로 내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뒷자리 선생님에게 교무실에서 큰 소리로 대들며 불손한 태도를 보였던 바로 그 학생이 우리 반에 배정된 된 것이 아닌가? 교사로서 학생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앞섰다. '과연 이 뾰족한 학생과 일 년 동안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며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학생을 부처로 삼아 내가 불공드리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칭찬하기'였다. 그렇게 새 학기는 시작됐다.

학급에 학생들은 그 학생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과 편견으로 거리를 두는 일들이 있었고, 이미 학급에는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도 있어 학기 초 학급 교우관계에 어려움이 있었다. 학년 초 학생 상담 시간에 학생에게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다고 해도 선생님은 너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을 거야. 그러니 우리 새롭게 다시 시작해보자'라고 얘기를 나눈 후 그 학생의 장점을 찾아 지속적으로 칭찬하는 불공드리기에 들어갔다. 

동아리에서 차장을 맡고 있던 학생은 동아리 안에서 만큼은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감과 리더십이 뛰어난 학생이었다. 이러한 부분을 크게 칭찬하며 진심으로 믿어준 결과 뾰족하던 학생의 태도와 모습이 차츰 변해가기 시작했고, 학급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구와도 서로 화해하며 친하게 지내게 됐으며, 누구보다 학급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열의를 보였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게 1학기를 보내고 2학기가 시작된 어느 날, 학생이 아침 등교한 후부터 계속 책상에 앉아 우는 것이었다. 도통 눈물을 멈추지 않고 우는 이유를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아 학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으로 1교시 수업이 시작됐다. 그날 오후 마음이 진정됐는지 상담을 하고 싶다며 처음으로 먼저 교무실로 찾아왔다. 그날은 어머니와 크게 싸우고 학교에 등교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어머니와의 불편한 관계, 그동안 자신이 왜 다른 학교의 나쁜 아이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해주었다.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그 후 2학기를 보내면서 학생은 보다 바람직한 모습으로 계속 변해갔고, 학업에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며 큰 성적 향상을 보였다.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생활해 준 학생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칭찬'은 그 어떠한 교육 이론과 도구보다도 가장 큰 마법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휘경여중의 예쁜 고래들을 춤추게 해보려고 한다. 나와 함께 만들어가는 매일의 공연이 어제 보다 멋진 오늘의 공연이 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더 많은 칭찬을 해줘야겠다. 

/휘경여중학교

[2019년 9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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