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계현 교무] 불목리는 유일하게 교회가 없는 마을이다. 이 마을을 내려다 보는 야산 언덕에 56년전이나 지금이나 숙승봉을 바라보며 고고한 불성이 면면이 이어져 가득하다.
법회 한 시간 전부터 교도 한분 한분이 법당에서 향을 사르고 사배를 올린다. "교무님 이거 받으세요!"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그 투박함에 더 정(情)이 간다. 자식처럼 챙겨주는 교도들의 정성이 교무는 행복이라고 감히 말한다.

부임 첫 법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법회 후 점심공양을 하고 있다. 불목교당 이진심 회장이 새롭게 선출되고 고민 끝에 한마음을 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마음이 5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으니, 교도들은 법회 후 점심공양을 하면서 서로의 법정을 나누고 불성을 키우는 소중한 시간이다. 불목교당 회장을 중심으로 교도 한분 한분 손에 정성 가득 반찬들을 챙겨 오고, 뒷정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젊은 교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하고 있다.

교당에 나온지 몇 달 안 된 최고령 할머니 교도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교무님 혹시 시간되시나요? 밭에 비닐을 깔아야 하는데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서…. 좀 도와 주실 수 있으세요?"
가만히 듣고 보니 참 어렵게 꺼낸 말씀이다. 나는 "그럼요. 당연하죠!" 라고 승낙했다.

최고령 할머니 교도와 함께 간 곳은 비탈진 밭이라 비닐 깔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돈을 준다고 해도 꺼리는 곳이였나 보다. 이틀간 비닐을 깔면서 평생 흘릴 땀을 다 흘렸다 할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다.

"교무님 고맙습니다. 교무님 죄송합니다."

할머니 교도는 "아이고! 우리 교무님" 하며 감사하고 황송해 어찌할 줄 몰라했다. 사실 정말 힘들기는 했지만, 할머니 교도가 두손을 잡으며 미소 짓는 모습을 보면서 고단함도 보람으로 느껴졌다.

그 일이 있은 후 최고령 할머니는 3년간 무결석교도로 불목교당의 원로가 됐다. 그리고 어디를 가나 "나는 불목교당 교무님 덕에 산다"고 나팔을 불고 다니신다. 지역이 좁다보니 한번 안 좋은 나팔소리가 퍼지면 그 지역에서 교화하기가 힘들고, 좋은 나팔소리가 퍼지면 금방 또 그 지역에서 상생의 기운을 타는 것이 시골교화다. 그래도 지금까지 나쁜 나팔소리가 퍼지지 않아 불목지역에서는 좋은 나팔소리가 울려 퍼져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올해 6월 미국에서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귀농한 부부가 원불교와 인연이 되어 법회를 보고 있다. 식사를 하고 쪼그리고 앉아 설거지를 하는 교도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타까웠는지 교당에 씽크대 공사를 해 주었다. 이처럼 불목교당 교도들은 서로가 알뜰살뜰 챙기며 마음공부로 불성을 가꿔가고 있다.

불성이 가득한 불목교당에는 저 멀리 숙승봉에서 서로가 아끼고 위하는 것으로 상대의 업을 녹이는 자비롭고 훈훈한 모습으로 살아가라고 깨우침을 주고 계신 듯 하다.

광주전남교구 불목교당은 숙승봉 아래 자리해 고고한 불성이 면면히 흐르는 천혜의 도량이다.

[2019년 9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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