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구 밀양교당 안수진 교도
정타원, 법호대로 반듯한 신앙인
"마음공부는 보은하는 길"

밀양교당 안수진 교도

[원불교신문=이은전 기자] 공부와 사업에 실적을 쌓은 숙덕 교도에게 증여하는 법호가 그 교도를 속속들이 다 알고 내려지는 것은 아닐진대 너무나 적확한 법호를 받은 교도를 만났다. 정타원 안수진(68·正陀圓 安秀眞·밀양교당) 교도. 그는 인터뷰를 위해 일정을 조율할 때부터 기자는 공중사를 하는 사람이라며 당신의 사정은 제외시켰다.

"오롯한 신앙인이 못돼 남 앞에서 공부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지만 교무님이 하라고 하시니 거역할 수가 없네요."

사전에 사진촬영이 있으니 준비해달라는 주문에는 평소 복장이 가장 좋다며 걱정 말고 오라는 당부도 보탰다.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게 딱 필요한 물건만 갖춰진 그의 집을 들어서니 직접 사서 말려 만들었다는 땅콩 모듬떡을 내놓는다. 갖은 곡물들로 만든 달콤하고 화려한 모듬떡이 아니라 땅콩만 넣어 깔끔한데다 당도도 낮아 심심한 떡이다. 먹을수록 담백하고 처음과 끝 맛이  여여한 떡의 매력이 그의 성정과 닮았다. 

"성직자가 올바르게 생활하고 올바르게 교화 잘해야 하듯 교도도 그래야 합니다."

그가 법호를 받았을 때 그를 아는 주변 인연은 어떻게 그렇게 딱 맞는 법호가 나왔느냐고 무릎을 쳤다. 그가 32세에 원불교를 찾은 것도 올바르게 살려면 종교 하나쯤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회나 절은 마음에 차지 않았고 원불교가 적절하다 판단해 어느 일요일 집 근처 밀양교당을 제 발로 찾아갔다. 처음엔 공부가 무엇인지, 4종의무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그렇게 무심히 10년을 다니던 어느 날 그를 감동시킨 새 교무가 부임해왔다. 

공부도 사업도 교화도 최선을 다해 발로 뛰는 교무를 보면서 그의 마음에 조금씩 불이 붙기 시작했다. 혼자서 유치원 운영하랴, 법회 준비하랴, 피아노 반주하랴 동분서주하는 교무를 지켜보며 한 가지라도 힘이되고 싶었다. 법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피아노만이라도 누군가 책임져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독학으로 연습해 법회 반주를 맡았다. 

"집이고 교당이고 가는 곳마다 일이 눈에 다 보입니다. 이 좋은 법이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교당이 잘되려면 교무님을 어떻게 도와야할지가 보여요."

교도부회장 10년, 봉공회장 6년을 하면서 앞에서 이끌어가는 사람이 매우 중요함도 몸으로 느꼈다. 20여 년 전 교화를 펼치기 위한 경제적 여력이 매우 열악했던 때 봉공회비 증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당시 500원이던 회비를 혼자만이라도 스스로 5000원으로 올렸다. 

"유지비도 매월 첫 날, 월초기도 때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새 달을 시작하면서 사은님께 보은하는 의미가 되니까요." 이렇게 그가 앞장서면 어느새 거기에는 길이 생겼다. 그가 앞장선 봉공회비 증액은 교화에 숨통을 틔웠고 대부분의 유지비는 이제 월초기도 때 올려지고 있다. 교무가 오롯이 교화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도들은 각자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교화훈련부에서 발행하는 <교화단 마음공부> 책자는 공부에 목마른 그에게 단비를 내렸다. 책을 만드느라 얼마나 심사숙고하며 정성을 들였겠나 싶으니 소홀히 할 수가 없어 한 자 한 자 꼼꼼히 다 읽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들여 만들었는데 한 사람이라도 이 책으로 공부를 한다면 보은도 되고 내 성찰도 되는 일이다 싶어 시작했어요. 그렇게 10년쯤 하다 보니 공부체가 확실히 잡히는 것 같아요. 매일 아침기도 시간에 똑같은 내용을 한 달 동안 읽지만 그때마다 달라요."

30계문 중에서 잘 안되는 조항을 유무념으로 꼼꼼히 체크하고 감각감상과 심신작용처리건은 빽빽하게 작성한다. 매일 새벽기도 1시간 반 동안 좌선, 법문사경 등과 함께 <마음공부> 책자로 연마하고 그 연마를 일상에서 활용하며 마음을 챙긴다. 

"매월 말일이면 불단 청소를 깨끗이 하고, 1일 아침에 마음공부 책자를 기록하면서 한 달을 새로 시작합니다. 저축삼대력 공부와 활용삼대력 공부가 같이 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9월호 책자에 강조돼있는 '연마와 연습'이 바로 <정산종사법어> 경의편 말씀이라며 소개했다. 그는 이제 법문을 조금씩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중이라며 0.001퍼센트 정도 나아지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살생하지 말라는 계문을 지키기 위해 추어탕 한 번 끓이지 않았다는 그다. 

"제일 급한 일이 자기 잘못을 찾아 고치는 일이라고 하셨는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러나 한 발자국씩 조금씩 앞으로 내딛고 있는 중입니다. 법문에 다 맞춰내지는 못해도 하라고 하신 일은 최대한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교도니까요."

양심, 대중, 진리의 삼심 재판 법문을 가장 보감 삼는다는 그에게 양심판정은 가장 기본이다. 스스로 정의어든 죽기로써 하고 불의어든 죽기로써 하지 않으면 대중과 진리판정은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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