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잘못된 의견이나 집착으로 진리 깨닫지 못하는 마음
경계 대할 때마다 공부할 때 돌아온 것 잊지 말아야

[원불교신문=오덕진 교무] 소태산 대종사께서 가르쳐주신 마음을 사용하는 방법은 각자의 근기와 경우에 따라 각각 그에 맞는 법으로 마음 기틀을 계발하는 공부입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으로 공부하고 일일이 문답하고 지도인에게 감정과 해오를 얻으며, 내 삶을 산 경전과 큰 경전으로 삼는 공부이기에 대종사께서는 우리의 공부는 맞춤복이라고 하셨습니다.

▷공부인: 동료 아들이 내신 1등급을 받아 서울대에 원서를 냈다고 합니다. 제 딸은 지방대학에 원서를 냈는데 직장에서 자식 학교 얘기만 나오면 주눅 듭니다. 심성이 훌륭한 딸인데 지방대학에 간다는 이유로 부끄러워한다는 사실에 저 자신이 밉고 화가 납니다.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저에게 엄청난 업장 같습니다. 

▶지도인: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자식이 고3일 때는 자식이 좋은 대학 간 부모가 갑이고 그렇지 못한 부모는 을이라고 하더군요.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공부인 개인의 업장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환경적 업장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사회적 제도를 바꿔나가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이 학벌에 대한 열등감으로 공부해서 마음의 자유를 얻었을 때 사회적 제도가 바뀌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업(業), 업력(業力), 업장(業障)이라는 단어에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힘이 너무 강해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 개인의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작업(作業), 즉 '업을 짓는다'는 것을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근을 작용함을 이름"이라고 하셨습니다(〈정전〉 작업취사). 사람은 누구나 눈, 귀, 코, 입, 몸, 마음을 작용하며 살아가는데 이것이 업을 짓는 것입니다. 업력은 몸과 마음을 작용한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힘이고, 업장이란 그 결과로 인한 장애입니다. 업과 업력, 업장은 우리가 몸과 마음을 사용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얘기해주는 단어들입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을 은혜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해독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경계를 대했을 때 습관적으로 몸과 마음을 사용한다면 자신이 은혜를 만들고 있는지 해독을 만들고 있는지 생각할 겨를 없이 사용해버립니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을 차리는 일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정신을 "마음이 두렷하고 고요하여 분별성과 주참식이 없는 경지"라고 하셨습니다(〈정전〉 정신 수양). 분별성은 좋다, 싫다, 밉다, 곱다 등으로 구별 짓고 분별하는 마음의 성질이고, 주착심은 그 구별 짓은 마음에 집착하여 고정 짓는 마음입니다.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바로 분별성과 주착심입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발견하고 놓는 것입니다.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한 생각 때문에 자기 자신과 그 일과 그 사람을 사실 그대로 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분별성과 주착심도 원래는 없건마는 경계 따라 있어진 마음의 작용이기 때문에 발견될 때마다 알아차리고 놓는 공부만 하면 됩니다. 

▷공부인: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있을 때 "○○의 심지는 원래 학벌이 좋아야 한다는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건마는 직장동료들이 입학원서 얘기를 하는 경계를 따라 학벌이 좋아야 한다는 분별성과 주착심이 있어졌구나"하고 말이죠. 이렇게 대조하고 보니 제가 원래 그리고 항상, 학벌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경계를 따라 열등감이 있어진 거였는데, 스스로 업장이라고 옭아매었네요.

▶지도인: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업은 본래 무명(無明)인지라 자성의 혜광을 따라 반드시 없어지나니"라고 하셨습니다(〈정전〉 참회문). 무명이란 잘못된 의견이나 집착 때문에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를 말합니다. 즉 업이란 분별성과 주착심에 의해 생겨난 것이고, 그 분별성과 주착심도 원래 있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따라 있어진 것인 줄 알면 업이 소멸된다는 거죠.

▷공부인: 경계를 때할 때마다 공부할 때가 돌아왔다는 것을 잊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 업에서 자유를 얻는 방법이군요.

/교화훈련부

[2019년 10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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