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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명 교무의 시대공감 8. 90년대생을 이해하다
윤관명 교무의 시대공감 8. 90년대생을 이해하다
  • 윤관명 교무
  • 승인 2019.10.03
  • 호수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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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명 교무

[원불교신문=윤관명 교무] 도서관에 '90년생이 온다'를 예약하고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 대기자가 3명이라 결국 e-북으로 결제하고 말았다. 90년생이라면 사회 초년생이나 취준생이며, 교당의 부교무와 청년들이다. 과거 70년대생을 X세대, 80년대생을 밀레니엄세대라 불렀다. X세대였던 나는 이제 90년대생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봐야 한다.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흔히 소확행, 욜로, 코스파로 표현하는데 크게 세가지 특징이 있다.

첫번째는 단순함이다. 그들의 언어는 외계어에 가깝다. 주로 단어의 첫글자만을 따온 줄임말을 사용한다. 웬만해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들은 문자없이 움직이는 이모티콘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하다. 

둘째는 재미다. '병맛'(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는 비정상적임) 웹툰을 보고 이해가 안돼서 의미를 묻는 순간 한물간 세대임을 인정하게 된다. 가볍게 웃자는 것인데 왜 진지하냐고 비웃을 것이다. 

셋째는 정직함과 솔직함이다.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하고 질문한다.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로 인식한다. 그리고 솔직함은 투명성이다. 잡플래닛이 2014년 '구직자에게 면접 평가를 좋게 받은 기업 20위'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회사의 면접 내용들이 공개되고 면접관을 평가하는 시대가 됐다. 더이상 상사의 권위로 실력행사 할 수 없다. 부당한 일을 강요했다가는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공개된다. 기성세대들은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다. 젊을 때는 상사를 모셨고, 지금은 부하직원을 모셔야 하는 소위 '낀세대'가 되어 우울하다.

이 책의 후반부는 90년생들을 부하직원으로, 소비자로 만난 우울한 기성세대들에게 조언한다. 그 내용을 나름대로 이해해 본다. 첫번째는 사람을 이해하려 말고,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 세대의 특성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시대가 만든 것이다. 선진국 문턱에 선 한국은 더 이상 고도 성장을 바랄 수 없다. 7080 시대가 밥먹고 살기 어려웠지만 땀 흘린 만큼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타고난 수저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말은 폭력이다. 시대에 공감해야 한다. 

두번째는 솔직하고 투명해야 한다. 90년생은 매우 신중하고 가치중심적이다. 이들은 상품을 구입하고, 맛집을 선택하기 위해 리뷰를 꼼꼼히 검색한다. 잡담처럼 주고 받는 리뷰를 통해 비교하고 평가해서 전문가 수준의 소비자가 된다. 이들 앞에서 함부로 아는 체 말라. 바로 검색해서 확인한다. 대신 솔직하면 쿨하게 인정한다. 세대가 달라도 가성비보다 가심비가 더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부교무와 청년들의 질문에 빠르게 답해야 한다. 질문을 하면 끝도 없다. 그래도 답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면접관이 아니다.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가치를 먼저 제시하고, 그들이 실현할 수 있도록 보조자가 되어야 한다. 참견하지 말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그들은 떠날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미래다. 아니 미래는 그들의 몫이다. 이제 그들을 믿고, 실패할 기회를 줬으면 한다. 우리가 그래왔던 것처럼.

/동창원교당

[2019년 10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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