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때야말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마음 작용과 모습을 전체·부분·변화로 바라봐야

[원불교신문=오덕진 교무] 소태산 대종사께서 가르쳐주신 마음을 사용하는 방법은 각자의 근기와 경우에 따라 각각 그에 맞는 법으로 마음 기틀을 계발하는 공부입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으로 공부하고 일일이 문답하고 지도인에게 감정과 해오를 얻으며, 내 삶을 산 경전과 큰 경전으로 삼는 공부이기에 대종사께서는 우리의 공부는 맞춤복이라고 하셨습니다.

▷공부인: 아내가 아들과 함께 해외에서 열리는 명상캠프에 참가한답니다. 참가비도 비싸고, 기간도 한 달이라서 안 갔으면 좋겠는데 꼭 가겠대요. 그래서 마지못해 "아내가 멀리 떠난다니 우울해서 가지 말라고 했었다"고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다녀오라"고 했더니, 아내가 단순히 그런 이유로 가지 못하게 했던 게 아니라며 저에게 자기 존재를 스스로 찾아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심리학 박사인데 저에게 진짜로 원하는 것, 진정한 자기 존재를 찾으라고 하니 열불이 납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도요.

▶지도인: 공부인은 지금 세상 모든 남편의 마음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존중받고 싶은 남편의 마음을 만나고 있는 거죠. 공부인이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 마음의, 남편 마음의 성질이 그렇습니다. 아내에게 존중받고 싶지 않은 남편은 이 세상에 없을 거예요.

▷공부인: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완되는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존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귀엽게 느껴지고요. 

▶지도인: 부부가 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부부싸움을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부싸움을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그때 일어나는 마음을 공부하고, 부부싸움을 하면 하는 대로 그때 일어나는 마음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끌리고 안 끌리는 대중만 잡아가면서요(〈정전〉 무시선법).

▷공부인: 저는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아내 마음을 더 살피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자꾸 밀려와요. 남들에게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화나는 상황에서도 잘 참으면서, 아내에게는 다 뿜어버리는 것 같거든요.

▶지도인: 부부싸움을 하면 안 된다는 전제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막을 수 있습니다. "부부는 이해할 때쯤에 죽는다?!" 라고도 합니다. 자란 환경도 기질도 성별도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그러니 싸우면서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는 거죠. 형제들이 싸우면서 자라듯이. 마음을 공부하는 부부가 '싸우지 말고 잘 살자' 가 아닌 "재밌게 싸우며 삽시다!" 얘기하고 웃는 것을 봤습니다. 실제로 그 부부 공부인은 대판 싸우고 난 후에도 각자의 마음 작용을 기재해서 같이 공부하곤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이렇게 다르구나!' 매번 발견하고 공부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남편을, 아내를 이런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던 것도 발견되더라고 했어요. 예전에는 욱해서 큰 소리를 낼 때면 욱하는 사람이라고, 토라져서 말문을 닫을 때면 꿍한 사람이라고 단정 지으며 서로 비난했는데, 같이 공부하면서 '심지는 원래 욱한다, 욱하지 않는다는 분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욱하는구나!', '심지는 원래 꿍하다, 꿍하지 않다는 분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꿍하구나!' 하고 그 사람의 마음 작용과 모습을 전체와 부분과 변화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싸우고 나서도 싸운 것 가지고 금방 웃는다고 합니다. '아, 이것이 부부구나!' 하면서요.

▷공부인: 그 부부 공부인은 부부싸움이 아니라 부부싸움 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그 좋은 공부기회를 다 놓치고 있었다니 아쉬울 지경입니다. 

▶지도인: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참으로 공부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경계나 낮은 경계를 당할 때에 경계를 당했다고 생각하지 아니하고 정히 이 때가 공부할 때가 돌아왔다고 생각하여 경계에 휩쓸려 넘어가지 아니하고 그 경계를 능히 잘 부려 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대종경 선외록〉 일심적공장 8). 부부싸움할 때 민감하게 작용하는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잘 만나길 바랍니다.

[2019년 10월1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