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태우 교도] 밀레니엄 세대 이전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일 것이다. 필자도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음악시간마다 노래를 불렀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랬던 것인지 마음 한 구석에서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어린 시절에는 들은 기억이 없다. 요즘은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경제적 효과에 대한 설명이 강조되고 있다. 북한의 지하자원과 노동력 그리고 남한의 기술력과 자본력이 있으면 세계 경제대국으로 한 단계 더 부상할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다. 그래서 밀레니엄 세대 이전의 사람들은 통일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통일이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밀레니엄 세대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은 앞선 통일에 대한 국익과 민족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통일반대론자라는 말이 아니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본인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통일에 대한 관심보다 우선시 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먹고 사는 문제인 '취업'이 가장 큰 고민거리이며, 그 다음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행복'에 대한 고민이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통일'에 대한 화두를 먼저 꺼내든 이유는 오늘날 한반도 평화통일 담론이 전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통일담론 이전에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사회적 이슈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다만 여기에서 우리가 한 번쯤 고려해 보아야할 사안은 한반도 평화통일 담론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향후의 입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 통일비용을 부담해야하는 한반도 통일담론보다 현재의 적대적 관계를 종결하고 새로운 평화적 관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한반도 평화담론은 자신들의 안전한 삶에 있어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에는 반대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문제는 젊은 세대들이 한반도 평화의 단계에서 만족하고 그 이후의 통일에 대한 논의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시니어 세대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이루면 당연히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통일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요즘 여러 청년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바는 꼭 그렇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 동안 시니어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그에 대한 입장과 행동이 사뭇 다르게 나타나지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대 간의 가치관이 달라져 '세대 간의 단절'도 의심된다.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논란, 페미니즘 논쟁, 공정과 정의사회에 대한 가치관 차이 등 이미 너무나도 많은 사회 현상에서 다른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를 지금부터 제대로 사회적 동반자로서 함께 가지 않는다면, 한반도 평화통일 담론은 남한과 북한 간의 정치적 대립과 남한 사회의 진영논리 외에도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새로운 강력한 사회적 저항에 마주할지 모른다. 한반도 평화담론은 현재의 시니어 세대의 역할이지만, 한반도 통일담론은 지금의 젊은 세대의 역할이기에 한반도 평화통일담론에서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각 종단들은 교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남북 간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더불어 지속적인 대인교류에 의한 공공외교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의 현실적인 삶에 대한 고민을 품에 안고 그들이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갖도록 하는 종교계의 움직임은 눈에 잘 뜨지 않는다. 청년들이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려면, 그들의 삶을 '행복'하게 바꾸어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다른 종교와 달리 원불교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이 일이 아니던가. 마음의 사회화를 통해 청년들을 우리 사회의 주인으로 변화시켜 단절된 세대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 그것이 원불교가 한반도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라 믿는다.

/한강교당ㆍ원광대 국제교류과 초빙교수

[2019년 10월1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