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템플호텔, 술 빚는 사찰, 만화 보는 절, 교양수업 받는 법당
경영안목 키워 '열린 장소' 로 탈바꿈, 10년 후 우리교당은

[원불교신문=정도연 교무] 지난 7월 일본의 한 매체는 도쿄에 위치한 한 사찰이 '무인 템플호텔'을 오픈했다고 보도했다. 신도가 감소하고, 사찰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AI를 활용한 무인시스템사찰을 도입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숙박객은 TV화면을 통해 체크인과 체크아웃은 물론, 경내의 법당이나 회의공간도 예약할 수 있고, 비구니스님의 아바타가 나타나 스태프 역할을 수행하며, 24시간 언제나 숙박객에 응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작년 일본의 한 천년고찰에서는 '불교만화 도서관'을 개관해 화제가 됐다. 이는 절의 부흥을 위한 여러 가지 콘텐츠 중 하나로 만화를 통해 불교의 세계를 가깝게 느끼기 위한 방안이었다. 
맥주를 만들어 화제가 된 절도 있다. 절의 물이 좋다는 것과 서양 수도원들이 술을 빚었다는 점을 착안, 경내에 작은 공방을 만들고 독자적인 맥주를 만들었다. 불교에서 술이 웬말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맥주를 파는 절로 소문이 나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다고 한다. 

현재 일본은 빈 사찰이 늘어나는 실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다양한 사찰경영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콘텐츠 사찰'과 함께 대중들이 사찰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중이다. 이중 하나는 법당을 빌려 각종 교양수업을 하는 것. 요가 교실, 아로마 테라피 강의, DIY 장신구 교실, 만담회나 연주회 등이 법당에서 열린다. 일명 '사찰 대여시스템' 이다. 저렴한 가격에 인기도 많고, 젊은이들이 사찰과 친숙해지는 효과도 있어 사찰의 노후화를 막는 한편 절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사찰을 '열린 장소'로 새롭게 탈바꿈 하는 것이 불교가 미래에도 대중과 호흡 할 수 있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다. 즉 기존의 포교법에 새로운 사찰경영시스템을 시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사찰도 일본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신도가 없거나 시주금이 격감해 운영이 힘든 사찰이 생겨나고 이른바 '문 닫는 사찰'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불교가 '사찰경영'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이러한 현실적인어려움 때문이다.

원불교 교당도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다. 관점에 따라 교당운영도 기업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임교무는 CEO와 같고 교도는 고객이다. 이미 교당은 경영적인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지만 활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유지비에 의존하는 교당의 재정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교당은 비경제적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경쟁력이 없으면 퇴출되는 것이 자본주의인 만큼 종교라고해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소위 '생산종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은 생활종교를 기반한 원불교의 모순이고 반전이기도 하다. 올바른 경영은 올바른 문제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당이 생산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수익사업만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교당이 단순히 수행하는 공간, 기도하는 공간, 마음공부 하는 공간이라는 관념을 넘어서자는 것이다. 지역공동체와 함께 휴식, 업무, 기도, 교육, 음악 미술, 문화, 봉사 등 종교를 포함한 다양한 인문활동이 이뤄지는 종합적인 공간으로 탈바꿈 하자는 의미이다. 

교화마인드에 경영마인드, 경영기법을 더해 생각과 체질을 바꾸고 변화에 발맞추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교도 또는 잠재교도를 위해 어떤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똑같은 상품, 똑같은 프로그램으로는 사람들을 교당으로 불러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가지는 욕구와 요구도 빠르게 변한다. 교당도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대중의 요구를 파악하지 못하면 교화는 물론이고 교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오래전 한 교도님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프랑스 수도원에서 공부한 후 10년 뒤 다시 프랑스에 가서 수도원을 돌아보니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한 수도원은 거의 다 사라지고, 사회변화에 맞춰 변모한 수도원만 남아 있더라는. 

/전북청소년상담복지센터

[2019년 10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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