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명 교무

[원불교신문=윤관명 교무] 독특한 경영으로 유명한 일본의 미라이 공업사는 전 직원 정규직 종신고용, 70세 정년, 잔업 금지, 연간 140일 휴가, 대기업 수준 월급, 4년마다 해외여행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유토피아 경영'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이곳은 2014년 기준 매출 3천5백억, 경상이익률 15%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곳곳에 '항상 생각하라'라는 팻말이 붙어있는데 매년 800명 사원들이 1만건이 넘는 아이디어 제안서를 제출한다. 1인당 10건 이상의 아이디어를 내놓는 셈이다. 이 회사의 제품 98%가 특허제품이며,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이면지 절약법 같은 사소한 것에서 부터 경영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창업주 야마다씨의 경영방침은 인간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직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회사에 이익이 되는 동시에 그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되니 직원 모두는 주인이 된다. 

원불교에도 '의견제출' 제도가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공부와 사업 방면으로 제출된 제자들의 의견들을 '갑을병정' 기준으로 감정하고 공개했다. 원불교 최초기관지 〈월말통신〉을 보면 당시 교단은 활발한 의견교환을 통해 발전해 왔음을 알수 있다. 현재 원불교 의견제출 절차는 출가자가 출가단회와 교역자광장 온라인을 통한 방법으로 의견제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재가교도가 직접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공식루트가 없다. 이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그렇다고 출가자 의견제안이 활발한 것은 아니다. 출가단 의견제안은 10인 내외의 '각단'에서 채택된 안건은 상위의 '항단'에서 평가받고, 다시 '정단'으로 올라가 결의되는 과정에 있다. (각단-항단-정단) 이것은 대중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소그룹 평가와 결정으로 제한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의견이 교단 행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의견을 제출해도 수렴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감이 팽배하다. 이러한 정서를 읽지 못하고, 내버려 둔다면 구성원은 점차 기대감을 상실하고, 현실에 안주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활발한 의견제안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첫째는 모든 의견은 소중하다. 시간과 정성을 투자한 제안들이 사장되지 않고 활용될 수 있도록 분야별, 날짜별, 제안자별로 분류화하자. 구성원 누구나 쉽게 열람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채택되지 않은 의견도 후일에 재평가 받을 수 있고 참고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

둘째는 좋은 의견은 좋은 정보에서 나온다. 원불교는 내부에서 생산된 훌륭한 자료가 많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연구자료와 간행물들이 전산화되지 못하고 접근이 제한적이다. 연구기관과 교육기관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행정부가 통합정보시스템에 관심을 둔다면 더 나은 수준의 의견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실패도 자산이다. 성공을 위한 아이디어도 제안도 좋지만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고 개선책을 제안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교단의 큰 사업과 행사가 긍정적 평가와 격려만으로 끝난다면 우리는 소중한 학습의 기회는 놓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성장해 가는 공동체임을 잊지 말고, 자유롭고 활발한 의견제안 문화를 만들어 가자.

/동창원교당

[2019년 10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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