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최정윤 교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이끌려 독서와 사색의 세계로 풍덩 빠져들게 된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고도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했다. 이처럼 독서 없는 사색은 독단에 빠지기 쉽고 사색없는 독서는 지식의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고 사색을 통해 본질적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래서 괴테는 사색하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행복은 탐구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탐구하고 탐구할 수 없는 것을 조용히 우러러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독서와 사색은 내 안에 나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우주의 본질과 하나 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선물해 준다.

도스토에프스키와 더불어 러시아 문학의 양대 산맥을 이룬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 형이상학적 생의 물음을 마치 동화같은 구조로 표현하면서 세 가지 질문을 한다. 첫째, 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가. 둘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셋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조용히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면서 이 세가지 질문을 관조해 본다.

정산종사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당부하기를 형상 있는 창고만 채우려 힘쓰지 말고 무형한 진리 세계의 창고를 채우기에 힘쓰라한다. 만약 수도인이 세속을 부러워하고 거기에 마음을 집착시키면 그것이 종자가 되어 내세에 그 세욕을 이룰 수는 있으나 수양이 매하여져서 잘못하면 타락하기 쉽게 됨을 경계했다.

어느 날 소태산 대종사는 선원 대중에게 "범부들은 인간락에만 탐착하므로 그 낙이 오래가지 못하지마는 불보살들은 형상 없는 천상락을 수용하시므로 인간락도 아울러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천상락이라 함은 곧 도로써 즐기는 마음락요, 인간락이라 함은 곧 형상 있는 세간의 오욕락으로 알기 쉽게 말하자면 처자로나 재산으로나 지위로나 무엇으로든지 형상 있는 물건이나 환경에 의하여 나의 만족을 얻는 것은 인간락이라"고 법문했다. (〈대종경〉 불지품 15장)

지난주에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학과에서 주최한 교화세미나에서 나의 입교와 공부 그리고 교화이야기를 발표한 여의도교당 배명중 교도가 절친의 갑작스런 죽음을 보면서 생사의 원리는 무엇이며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근원적인 우주의 진리 즉 일원의 진리를 알기 위하여 일원상 서원문 사경을 하는데 처음 천번을 쓰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2천번 쓰고 나니 종이위에 글자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마음속에 들락거렸으며, 3천번을 쓰고 나니 일원의 진리 대(大)자리가 보이면서 우주의 진리, 일원의 진리, 부처의 성품, 중생의 마음이 같음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가을은 맑고 서늘한지라 가라앉은 우리의 마음 기운을 온전히 살펴서 정산종사가 당부한 형상 있는 창고만 채우려 말고 무형한 진리 세계의 창고를 채우라는 법문이 내 마음에 가득 채워져 있음을 확인하고 진리를 알아가는 재미로 사는 삶임을 거듭 확인하자.

/원광보건대학

[2019년 10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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