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준 교무

[원불교신문=서양준 교무] 인터넷 세계에선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첫 댓글이 나머지 댓글을 좌우한다."

어떤 뉴스나 기사를 읽은 뒤 첫 번째 댓글을 보는 순간, 앞서 읽었던 글에 대한 평가를 첫 댓글에 맞춰 생각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첫 댓글이 나쁘면 전반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군중심리가 발동하여 첫 댓글을 반대하기보단 공조하는 경향성을 보이기에 역시 첫 댓글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에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부분도 있다. 바로 인식에 대한 부분이다. 마치 첫 댓글을 쓰는 것처럼, 첫 인식을 어떻게 하느냐가 후에 파생되는 여러 가지 생각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마음일기를 공부할 때, 간혹 요란한 일에 대한 일기를 쓰는 경우를 보면, 처음에 요란한 일에 대해 서술하다가 오히려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서 더 요란함을 가중시키는 경향이 보인다. 이런 경우 돌리는 것과 참는 것이 전혀 다른 것이며, 인식의 전환을 이루지 않고서는 돌려지지 않는 것임을 주지시킨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인식의 전환을 일으키고자 할 때 권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을 발견시키는 것이다. 도인들은 해(害)에서도 은혜를 발견하여 평화와 안락을 불러온다(〈대종경〉 요훈품 33장)는 법문처럼, 긍정적인 면을 인식의 전면에 세우면 많은 도움이 된다.

추석 명절 때였다. 고향에 내려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쉬게 되었다. 볼 일을 마치고 다시 출발했는데, 동행자가 휴게소 화장실에 핸드폰을 두고 왔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고속도로에선 후진은 커녕 유턴도 되지 않았다. 결국 고속도로를 나가서 다시 그 휴게소에 가기 위해 요금소를 3번이나 지나야 했다. 먼 길을 가는 피곤함에 마음속 요란함이 올라올 즈음, 요금소를 내려가는데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명절이라고 고속도로 이용료가 면제라는 것. 이용료가 공짜라고 생각하고 나니, 요금소를 나갔다가 들어오고 다시 나갔다 들어오는 과정이 모두 재미있는 경험으로 보이는 것이다. 시간은 조금 지체되었지만 이런 진귀한 경험을 또 공짜로 해 보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동행자의 실수도 에피소드로 느껴졌다.

미국 프로그램인 지미 키멜 쇼에 Celebrities Read Mean Tweets라는 코너가 있다. 해외 유명인사들이 자신에 대한 악플(악성 댓글)을 읽고 반응하는 모습을 방송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엠마 왓슨, 줄리아 로버츠와 같은 유명 배우들과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와서 자신에 대한 무분별한 악플을 읽고 그것에 대해 코멘트를 한다. 이들은 간혹 어이없어하고 때로는 무시하는 등 다양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 악플들이 방송을 통해 희화되는 순간 개그의 소재에 불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악플의 스트레스로 자살까지 이르는 요즘, 참으로 멋진 해결법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됐다.

삶의 다양한 모습들에 어떤 첫 댓글을 달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악플을 다는 것도 자유이고, 멋글(멋진 댓글)로 장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부처님이 일체유심조라는 말로 멋진 첫 댓글을 적어주셨으니, 나머지는 우리가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원광여자중학교

[2019년 10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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