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해외 여행자수가 2,800만 명을 넘었다. 이런저런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안전하게 여행을 다녀온다. 당연해 보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여행자들의 주의심과 함께 여행 안내자들의 조력 덕분이다. 자유여행이 아니라면 여행의 성패는 가이드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낯선 곳을 찾아가는 여행자들에게 가이드는 분명 리더이다. 가이드 리더십이란 말을 들어보진 못했으나 알게 모르게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유념하고 있는 가치관, 마음가짐, 태도 등이 주된 내용이 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교단 구성원들도 모두 불지와 광대무량한 낙원을 향한 여행자인 동시에 다른 여행자들을 안내하는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을 여행에 비유해 가이드로부터 배울 점을 찾아본다.

첫째, 유능한 가이드는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미 알고 있어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 방문지에 대한 기대감이 마냥 커진다. 그들은 계속해서 정보를 제공하고 좋은 감상을 공유해서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긴 여정의 큰 동력이다.

둘째, 여행자를 안심하게 한다. 자유여행을 마다하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이다. 여행사와 가이드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각종 여행자보험, 위급시 대처요령 등에 대한 믿음직한 설명을 들으면서 여행자들은 안심하고 여행에 몰입하게 된다. 

셋째, 여행자가 해야 할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친절하고 부지런하게 여행자들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잘 살펴서 대응한다. 물론 경험 많은 가이드는 이미 예상 불편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여행객들보다 먼저 일어나고 더 늦게 잠들면서 편안한 여행을 돕는다. 여행자들의 소소한 요구를 귀담아듣는 그들의 헌신과 여행자들의 안락함은 정비례한다.

넷째, 여행자 모두를 목적지로 데려간다. 가이드는 날씨의 변화와 교통수단의 문제 등 예측 못 한 상황에서도 대안을 마련한다.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수시로 플랜B, 플랜C를 가동해서 탈락하는 사람 없이 목적지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여행자들이 궁금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세부 일정을 수시로 안내하면서 말이다. 여행의 감동과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여행자가 안전한 귀가를 할 즈음 책임을 다한 가이드의 이름은 잊혀도 좋으리라. 

감동과 설렘이 없는 여정은 의무적인 업무출장이 되고, 목적지만을 향한 바쁜 전진은 고난의 행군에 가까워진다. 자상한 안내를 받지 못하면 불안이 찾아오고, 생활의 불편함이 도를 넘으면 여행을 후회하게 된다.우리가 함께 가는 광대무량한 낙원으로의 여행길은 늘 가슴 설렜으면 좋겠고, 안심하고 즐기는 편안한 여행이 되면 좋겠다. 또한, 여정이 길어질수록 은혜 가득하고 새로운 감동이 더해서 소중한 인연들에게 함께 가자고 권하고 싶은 여행이면 좋겠다. 우리 모두를 지도인으로 키우고자 했던 소태산 대종사의 바람을 생각하면서 여행 가이드의 덕목을 되새겨보자.

[2019년 10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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