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얼마 전 헝가리의 거장 지휘자 이반 피셔가 지휘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했다.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수없이 보았지만 지휘자가 악보 없이 곡을 완벽히 외워 모든 연주자와 교감하며 곡을 이끄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뒤늦게 티켓을 구해 합창석에 앉아 지휘자의 앞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이 함께한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헝가리에서 있었던 우리국민의 참사를 마음 깊이 애도하며 시작 전 추모의 말과 함께 우리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불러주어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도 했다. 

음악적으로도 유럽에서 헝가리는 약소국이었다. 그러나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를 여럿 배출하면서 음악적으로 탄탄한 나라가 되었다. 이번 이반피셔의 공연을 감상하면서 헝가리 음악에 더욱 관심이 생겼고 예전에 공부했던 헝가리의 대표 음악가 벨라 바르토크와 졸탄 코다이가 생각났다.

벨라 바르토크는 세계적으로도 현대음악에서 많은 작품을 만들고 독창적인 음악어법을 창시해 지금까지도 음악 창작계에서 바르토크의 작품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아주 영향력 있는 음악가이다. 그리고 졸탄 코다이는 작곡가이자 음악 교육가이다. 그가 만든 계명창 손기호는 전 세계에서 음계를 가르칠 때 사용되고 있다. 코다이는 음악은 모든 아이의 것이며 모국어를 배우듯 배워야 한다는 철학으로 보편적 음악교육을 강조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훌륭한 음악교육자이다.
 

바르토크와 코다이.

유럽의 주변국에 비해 국력이 약했던 헝가리가 이 두 사람을 기반으로 탄탄한 음악적 배경을 갖추게 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두 사람은 당시 세계적 흐름이었던 화려한 후기낭만파 음악을 추종하기 보다는 헝가리 국민들이 늘 접하는 민속음악에 집중 했다. 그래서 둘은 전국을 다니며 수십 년에 걸쳐 민속음악을 수집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국의 민요, 그것도 토속민요를 수집하여 정리한 것이다. 이 작업의 결과물로 1920년에 둘은 함께 최초로 '20개의 헝가리민요'를 출판한다. 

이 민속음악을 기반으로 바르토크은 작곡을 할 때 기본 주제와 소재로 삼았다. 민요를 편곡하여 성악곡을 새로 만들고 기악곡에도 민속음악의 특징을 활용한다. 새로움과 신선함이 중시되는 창작음악계에서 헝가리의 민속음악을 활용한 것은 탁월한 방법이었다. 당연히 그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일 수 밖에 없는 민속음악의 특징을 잘 살려 코다이는 모두를 위한, 음악교육을 위한 음악교육론을 정립한다. 특별한 엘리트층만을 위한 음악교육이 아닌 모두를 위한 보편적인 음악교육을 한 것이다. 이런 그의 철학과 사상은 전 세계의 많은 교육자들에게 귀감이 된다.

아마 둘은 이런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즐거웠을 것이다. 음악이라는 주제로 누구보다 생각이 잘 맞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사교만을 위한 우정이 아닌 헝가리 국민을 음악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해줄 수 있는 그들의 철학이 결합된 우정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조금은 예민할 수 있다. 그 예민함으로 소리의 특별함을 찾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바르토크과 코다이처럼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전문적인 분야에서 꼭 맞는 친구를 만나 우정을 나누며 함께 많은 사람을 위한 옳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 만큼 인생에서 즐거운 일이 있을까? 이번호가 마침 79호다. 계절은 음악을 듣기 딱 좋은 가을이다. 이 둘의 우정으로 빚어진 그들의 음악을 감상해보며 음악과 우정에 대해 생각해본다.

/강북교당

[2019년 10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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