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는 분별이 있어질 때마다
빈과 부의 분별을 공부해서 마음의 자유를 얻어야

[원불교신문=오덕진 교무] 소태산 대종사께서 가르쳐주신 마음을 사용하는 방법은 각자의 근기와 경우에 따라 각각 그에 맞는 법으로 마음 기틀을 계발하는 공부입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으로 공부하고 일일이 문답하고 지도인에게 감정과 해오를 얻으며, 내 삶을 산 경전과 큰 경전으로 삼는 공부이기에 대종사께서는 우리의 공부는 맞춤복이라고 하셨습니다.

▷공부인: 제 친구 중에 집이 잘살아서 만날 때마다 비싼 음식을 먹고, 고가의 브랜드 옷을 사 입는 친구들이 있어요. 다른 친구들과 있을 때는 괜찮은데 그 친구들을 만나면 제가 가난한 것 같아 신경 쓰입니다. 

▶지도인: 다른 친구들과 있을 때는 내가 가난하다, 가난하지 않다는 분별이 없는데, 잘 사는 친구들을 만나면 가난하다는 분별이 있어졌군요. '부유하다, 가난하다'하는 분별이 경계를 대하기 전에는 없다가 경계를 대하면 나타나는 것인 줄 알았으니 대단합니다. 

▷공부인: 제가 원래 가난한 사람도, 원래 친구들 앞에서 초라하다는 생각에 빠진 사람도 아니군요. 경계를 따라 있어진 마음 작용일 뿐이군요. 하지만 마음에 확 와 닿지 않아요. 그 친구들이 저보다 부유하고 잘 먹고 좋은 옷을 입는 건 사실이잖아요.

▶지도인: 맞아요. 그 친구들은 ○○공부인보다 부유합니다. 돈 걱정 없이 좋은 옷을 사고, 비싼 음식을 먹습니다. 해외로 여행을 가고 고급외제차를 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풍요와 가난은 항상 상대적입니다. 누구보다 많이 가지면 부자고, 누구보다 적게 가지면 가난한 사람입니다. ○○공부인도 어떤 사람보다는 부유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변화의 이치가 있어서 부자가 가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기도 합니다.

▷공부인: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으로는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저도 그 친구들처럼 돈 걱정 없이 살고, 여행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거든요.

▶지도인: ○○공부인의 솔직함이 좋습니다. 그 솔직함이 마음을 사실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힘입니다. 다른 마음이 아니라 지금 그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 친구들을 만날 때 '○○의 심지는 원래 이 친구들처럼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 살고 싶지 않다는 분별이 없건마는 부유한 친구들을 만나는 경계를 따라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는 분별이 있어졌구나'하고 마음이 일어날 때마다 그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참으로 부유한 사람은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안심하면서 그 생활을 개척하여 나가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대종경〉 불지품 18장). "없으면 없는 대로 안심하면서 그 생활을 개척"한다는 것은 가난하다는 분별이 있어질 때마다 '심지는 원래 가난하다, 부자다하는 분별이 없건마는 부자 친구들을 만나는 경계를 따라 내가 가난하다는 분별이 있었구나'하고 그 마음을 공부하면서 ○○공부인의 생활을 개척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경제력을 지닐 수는 없습니다. 물론 정부와 국제기구에서는 빈부의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재산을 소유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복지 제도가 잘 갖추어진 나라에도 빈부의 차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빈(貧)과 부(富)의 분별로 공부해서 마음의 자유를 얻어야 참으로 부유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친구들을 만나기 전에는 부자다, 가난하다는 분별이 없건마는 친구들을 만나는 경계를 따라 가난하다는 분별이 나타난 것인 줄 모르면, 원래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활을 개척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자신을 원래 가난한 사람으로 단정 지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공부인: 원래 '빈'과 '부'의 분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진 줄 알게 되니 앞으로 그 친구들 앞에서 괜히 내가 초라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한정된 용돈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교화훈련부

[2019년 10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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