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채일연 교도] 필자가 활동하는 단체에는 하루 수십 통의 전화가 쏟아진다. 1년에 걸려오는 전화가 9천 건이 넘을 정도다. 좁은 틈에 빠진 새끼 고양이 구조부터, 동물학대 의심신고, 불법 번식장에 대한 제보, 때로는 이웃의 반려동물로 인한 스트레스 호소까지 그 내용도 각색이다. 그러나 이 많은 전화 중 가장 난감한 것은 길거리를 배회하는 유기동물의 구조 문의에 대한 것이다.

우리 단체에서 운영하는 반려동물복지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포화상태로 더 이상의 입소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제보자가 직접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거나(이 경우 치료비가 발생할 때 일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자체의 동물보호담당부서로 연락하도록 안내한다. 유기동물의 경우 본래 주인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지자체를 통해 공고를 하도록 해야 하지만 이 상황이 난감한 것은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지기 때문이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입소하게 될 경우 7일 이상 주인을 찾는 공고를 하고, 10일이 경과하면 그 소유권이 지자체로 넘어가게 된다. 지자체 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10일 정도를 다시 새로운 주인을 찾는 분양기간을 부여하고 그때까지 해당 동물을 분양받고자 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인도적 처리(안락사)를 당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킬(No-kill) 정책을 선언하거나 자체적으로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에서 전국 지자체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2008년 유기동물들이 보호소에서 머문 평균기간은 19일 정도였는데 10년이 지난 2018년에는 보호기간이 34일, 1.79배로 늘었다.
그렇다면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거나 보호기간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박수치고 환영해야 할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2008년에는 보호기간이 종료돼 죽임을 당한 안락사 비율이 30.9%였고, 보호기간 중 폐사한 자연사율이 15.9%였다. 반면 2018년에는 안락사율은 20.2%로 낮아진 데 반해 자연사율은 23.9%로 크게 높아졌다. 보호소 내에서 죽어나가는 동물의 비율은 비슷하고, 과거에는 보호기간의 종료로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다른 이유로 죽음에 이르게 된 개체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기동물에 대한 기록 자체가 미흡해 정확한 사인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유기동물이 입소 당시 갖고 있던 질병이나 상해에도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스트레스 등으로 죽음에 이르렀으리라 추정된다. 실제 현장조사 등을 진행한 결과 유기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검사나 처치도 하지 않는 지자체도 상당수다. 또 몇몇 보호소는 개농장 또는 불법 번식장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열악해 보호소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용소와 같은 곳도 있었다. 특히 수도권의 모 보호소는 보호동물들 사이에 사체를 방치하고, 이에 대해 묻자 활동가들을 쫓아내기에 바빴다. 

이 밖에도 지난 해 전남의 한 지자체 보호소에서는 유기견들을 빼돌려 개농장에 넘긴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었고, 18일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는 제주 동물보호소에서 자연사 또는 안락사한 유기견 3,800여 마리의 사체를 동물사료 원료로 공급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죽음 뒤에도 순탄치 않은 것이 유기견의 길이다.

동물 유기의 경우 직접적으로 상해를 입히거나 죽이지 않기 때문에 학대라고 인지하지 못 하는 이들도 꽤 있지만 유기된 동물이 질병, 상해의 위험에 노출되거나 절반에 가까운 확률로 죽음에 이른다는 점에서 여타 학대행위들과 다를 바 없다. 때문에 유기행위에 대한 처벌을 과태료에서 벌금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입법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당신이 펫샵 진열장 속의 귀여운 동물들에 대해 구매 충동이 일거나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염증을 느껴 버리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면 이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리기를 바란다. '내가 버리면 이 동물은 어디로 갈까?' 참고로 지난해 유기·유실동물의 수는 통계이래 최대인 12만1077마리이다.

/여의도교당

[2019년 10월2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