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명 교무

[원불교신문=윤관명 교무] 인류는 지난 500여 년 간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성장해 왔다. 경제불황과 공황을 반복하면서도 자본주의 경제는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 부작용은 심각하다. 무분별한 개발은 무한정 할 것 같았던 지구자원의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지구상에 인류가 남긴 선명한 상처는 '인류세(人類世)' 지표로 자멸의 징후가 됐다.

이같은 인류 위협의 큰 물결 속에서 우리는 아직 꿈꾸고 있다. 눈 앞의 위기만 넘기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전 세계는 인구감소, 과잉공급, 4차산업, 개인주의가 맞물려 수축사회를 가속화할 것이다. 파이를 키워 함께 배불리 나눠먹던 팽창사회는 끝났다. 한정된 자원속에서 '상대방의 손실은 곧 나의 이익'이 되는 제로섬(zero sum) 게임의 막이 올랐다. 가히 경제 빙하기의 도래라 하겠다. 춥고 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개체수의 확장이나 성장이 아닌, 추위에 강한 체질로 진화해야 한다. 변화의 정책이 아닌 근본 뼈대를 바꾸는 전환의 정책이 필요하다. 불확실의 시대를 예측하고, 스스로의 체력을 점검 받기 위해서는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투명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구글신'이 대부분의 종교를 대신할 것이라 한다. 모든 질문에 즉시 답을 주는 AI(인공지능) 성직자가 이미 개발됐다. 우리는 종교의 가치를 재창출해야 한다. 가성비를 갖추지 못한 종교는 선택 받지 못할 것이다.   끊임없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우리의 가치는 무엇이며, 우리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답을 찾을 때까지 고행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교도의 노령화, 청소년 교화침체, 교구자립 등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에도 버겁지만,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할 과업은 소태산의 '개벽정신'을 되살리는 일이다.

"과거에는 인지가 어두운 고로 견성만 하면 곧 도인이라 하였지마는 돌아오는 세상에는 견성만으로는 도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며 대개의 수도인들이 견성만은 일찌기 가정에서 쉽게 마치고 성불을 하기 위하여 큰 스승을 찾아 다니며 공을 들이리라." (〈대종경〉 성리품 23장) 소태산은 견성과 성불을 구분했다.

우주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마음에 관한 연구는 과학이 증명하고 구글신을 통해 가정에서 견성을 마칠 것이다. 우리의 역할은 이제 아는 것을 실천하는 솔성과 성불이다. 원불교의 가치는 활불을 양성하는데 있다. 100개의 교당을 줄여서라도 소태산 정신이 온전히 실현되는 활불도량 하나를 이루겠다는 변혁의 각오가 필요하다.

100주년기념대회가 벌써 3년 전이다. 교단 안팎에서는 새로운 정책들의 큰 줄기가 될 '정신개벽' 버전2.0을 기대하고 있다. 아직도 교화성장을 꿈꾸고 있다면 눈을 뜨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교단을 걱정하는 백성호 기자의 충고가 뼈아프게 와닿는다. "원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입니까? 섬김의 종교입니까? 지금은 섬김의 종교를 향하고 있는 듯 합니다. 부처를 죽여야 부처를 만날 것이며 소태산을 죽여야 소태산을 만날 것입니다."

/동창원교당

[2019년 10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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